제목 |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 |||
---|---|---|---|---|
이전글 | 끝이 아니다 |2| | |||
다음글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귀신이 보이거나 목소리를 들으면 왜 조심해야 할까? |1| | |||
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11-28 | 조회수243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루카 21,5-11
"무서워하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
물을 막는 역할을 하는 '제방'은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지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구멍이 생겨 거기로 물이 조금씩 새어나오다가, 그 구멍을 제 때 막지 않으면 점점 더 커지면서 나중에는 제방 전체가 무너지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처럼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예측 가능한 현상들을 가리켜 '징후'라고 부릅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기 전에 건물 여기저기에서 며칠에 걸쳐 갈라지는 소리가 났고, 직원들은 그런 소리들을 이미 여러 번 들었다고 합니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멀쩡하던 다리가 갑자기 내려앉을 리는 없겠지요. 누군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살펴보았다면, 작은 문제점들을 사전에 발견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그런 큰 사고는 면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될 것이라고 예언하시고 나서,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어떤 표징이 일어날지에 대해 알려주십니다. '그리스도'임을 자처하는 많은 거짓 예언자들의 등장, 전쟁, 반란, 지진, 기근, 전염병, 커다란 자연재해들... 이런 일들이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라고 하십니다. 즉 세상의 '종말'이라고 하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벼락처럼 닥쳐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충분히 확인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분명한 '징후'들이 먼저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들 각자가 늘 깨어있는 자세로 그런 '징후'들을 잘 살펴보면서 손바닥이나 팔로 막을 수 있는 작은 구멍일 때 미리미리 보수하고 조치를 취한다면 세상이라는 '제방'이 무너지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은 한 사람의 영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대죄를 짓는 사람은 없습니다. 보통 처음에는 나태함과 게으름 같은 사소한 잘못부터 짓기 시작하지요. 그러나 아무리 사소한 잘못이라도 각자의 영혼에, 그리고 삶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칩니다.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며 사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기쁨과 평화를 사악한 세력에게 빼앗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점을 소홀히 여기거나 간과한다면, 즉 하루를 마감할 때 자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떤 점들이 부족했는지를 충분히 성찰한 후, 잘못을 바로잡고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노력들을 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나의 영혼은 서서히 어둠의 구렁 속으로 빠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나중에는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절망적인 상태가 되고 말지요.
혹시 지금 내가 힘들고 불편한 일을 겪고 있다면,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괴롭히시거나 벌을 주시기 위해서 그러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라고 예고해주시는 '표징'입니다. 신앙인은 막연히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세상의 종말이 닥쳐올 것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 그 종말을 날마다 성실히 준비하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신앙인인 것입니다. 끝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잘 알고, 하루 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열심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일단 지나버리고 나면 영원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참으로 소중하고 가치있는 시간입니다. 그런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도록,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표징'들을 유심히 살펴보며 오늘 하루도 하느님 뜻에 맞게,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