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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 제2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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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16 조회수207 추천수4 반대(0) 신고

[대림 제2주간 토요일] 마태 17,10-13 

 

 “엘리야는 이미 왔지만,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제멋대로 다루었다. 그처럼 사람의 아들도 그들에게 고난을 받을 것이다.”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엘리야’는 기원전 9세기경 북이스라엘에서 활동하던 예언자입니다. ‘엘리야’라는 히브리어 이름은 ‘나의 하느님은 주님이시다’라는 뜻인데, 그는 그 이름이 지닌 의미에 따라 사람들에게 오직 하느님만이 주님이심을 선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요. 엘리야가 활동하던 당시 북이스라엘 왕국은 아합 임금이 다스리고 있었는데, 그는 페니키아의 공주이자 시돈 임금의 딸인 이제벨과 정략결혼을 하면서 가나안의 종교를 적극 장려했습니다. 한편 이제벨은 하느님을 모독할 궁리를 하면서 바알 신전에서 바알 예언자들 수백명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국가의 지도자가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백성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으면 괜찮을텐데, 안타깝게도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정의와 공정, 절제와 극기를 요구하시는 하느님보다는 현세적 번영과 풍요를 보장하는 가나안의 신들에게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 시기에 마치 벼락처럼 등장한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길르앗의 엘리야 예언자입니다. 그는 자신의 동족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 즉 하느님을 저버리고 이방의 신을 섬기는 모습을 보고는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듯한 분노와 격정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 상황을 바로잡고자 했고, 카르멜 산에서 하느님의 도우심에 힘입어 바알 예언자 수백명을 물리침으로써 우상숭배에 푹 빠져 살아가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었지요. 또한 그는 그 후에도 하느님의 존엄과 권리가 침해받을 때마다 들불처럼 일어서서 권력자들의 행태를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언제나 힘 없고 가난한 백성들 편에 서서 하느님의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이 그런 엘리야의 역할을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죄를 짓고 나태함과 게으름에 빠져 죄의 상태에 안주하며 사는 이들이 정신을 번쩍 차리도록 통렬하게 비판하고 심판을 경고하며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성경에 예언된 엘리야의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요한이 보여준 그 징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그의 신원과 소명을 알아보지 못했고, 자기들을 거슬러 말하는 그를 불편하게 여겨 권력과 폭력으로 억누르려 했습니다. 특히 헤로데 영주는 그가 의롭고 거룩한 사람이라는걸 알면서도 제 욕망을 채우기 위해, 제 체면을 지키기 위해 그의 목숨을 빼앗았지요.

 

하지만 세례자 요한을 죽인 책임은 모두에게 있습니다. 요한의 가르침이 옳다는 것을, 그의 권고에 따라 지금 즉시 회개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제 욕망을 채우기 위해, 지금 누리는 세상의 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의 앞에 눈을 감고 진실 앞에 귀를 막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여 요한이 수행한 예언자로서의 소명이 온전히 실현되지 못하게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모습은 지금 우리 안에도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거부하고 내 뜻대로 하려는 욕심과 고집이, 하느님의 뜻과 섭리를 신뢰하지 못하고 내가 바라는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망한다고 오해하며 전전긍긍하는 두려움과 걱정이 우리 마음 안에 있습니다. 그것들을 비워내지 않는다면,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하느님께로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요한도, 예수님도 알아보지 못한 채 죄의 수렁 한가운데서 방황하게 될 겁니다.

 

신앙은 물질적 편리함이 아니라 삶의 궁극적인 목표를, 당장의 편안함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보람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따라야 합니다. 그 길이 고통스럽고 험할지라도, 주님 때문에 미움과 박해를 받을지라도 씩씩하게, 한결같이 주님의 뜻을 따라야 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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