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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의 전사, 사랑의 전사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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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26 조회수156 추천수4 반대(0) 신고

-영적승리의 순교영성-

 

 

어제 주님 성탄 대축일에 이어 오늘은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천상탄일 축일입니다. 주님을 위한 순교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임을 암시하는 성 스테파노를 비롯한 순교성인들의 천상탄일입니다. 또 오늘은 순교적 사랑과 헌신으로 수도생활에 정진중인 우리 요셉 수도원의 김기룡 스테파노 부원장 수사의 영명축일이기도 합니다.

 

나이 77세 노령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의 사랑과 신뢰, 존경을 한몸에 받으며 부원장직과 더불어 주방장, 채소밭 책임을 다하는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전사, 사랑의 전사인 스테파노 수사입니다. 스테파노 수사와 저는 오랫동안 2주 간격으로 매금요일마다 서로 삭발에 가까울 정도로 머리를 깎아줍니다. 2주마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중요합니다. 과장하여 머리 깎는 재미로 산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새삼 순교적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샘솟는 희망의 원천은 살아 계신 하느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오늘 축일의 새벽 성무일도 1.초대송 후렴도, 2.찬미가도, 3.즈카르야 후렴도 아름다웠습니다. 

 

1.“탄생하신 그리스도께서 오늘 복되신 스테파노를 월계관으로 꾸미셨으니, 어서 와 조배드리세.”

 

2.“순교자 스테파노 기쁜축일을, 모두다 정성다해 경축하세나

주님을 위한투쟁 목숨을바쳐, 최초로 승리빨마 얻어냈도다”

 

3.“첫 순교자인 스테파노에게 천국문이 열리고, 그는 승리의 월계관을 받았도다.”

 

내용 모두가 순교 영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합니다. 순교영성은 우리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 영성이요 1-2세기는 순교영성의 세기라 할만큼 무수한 순교자들을 배출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때문에 순교를 열망했고 자발적 거룩한 사랑의 순교의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래서 순교는 성체와의 결합이라 말합니다. 죽어서만 순교가 아니라 살아서도 순교입니다. 제 주변에는 자발적 사랑으로 순교적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말그대로 살아 있는 순교자들입니다. 연옥같은 환경중에도 영적승리의 삶을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우리가 경축하는 순교축일은 비단 기념, 기억할뿐 아니라 각자 삶의 자리에서 순교적 삶을 살도록 우리를 격려하고 분발하게 합니다.

 

삶은 전쟁입니다. 인류사는 전쟁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는 야만의 전쟁입니다. 문명의 야만시대의 역설을 보여주는 전쟁이요, 인간 무지의 적나라한 표현이 전쟁입니다. 우리 믿는 이들에게 삶은 영적전쟁이라 일컫곤 합니다. 영적전쟁에 영적전사, 영적승리란 주제는 제 초창기 수도사제 시절부터 강론에 참 많이 인용됐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바로 순교자들의 후예이자 순교영성을 살아가는 주님의 전사, 사랑의 전사인 우리 믿는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죽어야 끝나는, 살아 있는 그날까지 계속될 영적전쟁입니다. 그러니 우리 믿는 이들에게는 제대가 없는 죽어야 제대인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전사, 사랑의 전사인 것입니다. 그러니 결코 영적 전의(戰意)를, 영적 투지(鬪志)를 잃지 않고 하루하루 분투(奮鬪)의 노력을 다해 영적훈련에 전념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영적전의를 새로이 하는, 제가 참 좋아하는 자작 애송시, “담쟁이”를 나누고 싶습니다. 25년전 쓴 시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여 자주 인용하는 시입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작년 가을

 붉게 타오르다 사라져갔던 담쟁이

 어느새 다시 시작했다

 

 초록빛 열정으로 힘차게

 하늘 향해 

 담벼락, 바위, 나무들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붉은 사랑으로 타오르다

 가을 서리 내려 사라지는 날까지

 또 계속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제자리 정주(定住)의 삶에도 지칠줄 모르는

 초록빛 열정

 

 다만 오늘 하루

 하늘 향해 타오를뿐

 내일은 모른다

 

 타오름 자체의 과정이

 행복이요 충만이요 영원이다

 오늘 하루만 사는 초록빛 영성이다”-1998.6.3.

 

이렇듯 주님의 전사, 사랑의 전사가 되어 봄, 여름, 가을, 겨울, 하루하루 평생 날마다 나이와 무관하게 초록빛 열정으로, 초록빛 영성으로 영적승리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순교영성의 사람들이요 순교성인들의 후예입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의 신자들에게 면면히 계승되고 있는 참으로 고맙고 자랑스런 순교영성의 유전자 디엔에(DNA)입니다.

 

이런 순교자의 모범, 순교영성의 모범이 바로 오늘 경축하는 첫 순교자 성 스테파노입니다. 순교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성령의 은총, 성령의 힘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주님은 어려운 상황중에도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말라 말씀하십니다. 바로 그때 아버지의 영이, 성령이 무엇을 말해야 할지 알려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에서 스테파노의 적대자들은 은총과 능력이, 성령이 충만한 스테파노를 당해낼 수 없었다 합니다. 참으로 순교영성의 사람은 성령의 사람이자 동시에 인내의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지극한 인내로 참아견디는 이에게 영적승리의 구원이 주어진다고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어떤 역경중에도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인내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바로 순교영성이요, 이에 성령이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사부 성 베네딕도의 “형제들의 육체나 품행상의 약점들을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디라”(성규72,5)는 말씀도 생각납니다. “사랑의 성령, 사랑의 전사, 사랑의 순교자”로서의 진면목이 성 스테파노의 임종어를 통해서도 환히 드러납니다. 사람들이 스테파노에게 돌을 던짐으로 순교의 죽음을 맞이할 때 그의 임종어는 그대로 사랑의 주님을 닮았고 한없는 감동을 줍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주님의 섭리는 참 오묘합니다. 순교의 피는 믿음의 씨앗이 됩니다. 주님은 바로 순교자 스테파노에 이어 사울을 예비하십니다. 적대자들이 돌을 던질 때 그 증인들은 겉옷을 벗어 사울이라는 젊은이 발 앞에 두었고 사울은 시종일관 스테파노 순교장면을 체험합니다. 장차의 사도 바오로, 사울은 내심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며 결국은 회심에 이르게 하는 동인(動因)이 되었음을 봅니다. 스테파노는 순교의 죽음을 끝난 듯 하지만 사울은, 사도 바오로가 되어 그 뒤를 이음으로 하느님의 일은 계속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주님의 전사, 사랑의 전사로 순교적 삶에 충실함으로 영적승리의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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