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날로 자유로워지고 경쾌(輕快)해지는 선물인생을 삽시다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이전글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 |2|  
다음글 [성탄 팔일 축제 제6일] 오늘의 묵상 (사제 정천 사도 요한) |1|  
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30 조회수217 추천수5 반대(0) 신고

-주님을 "따름"과 "닮음"의 여정을 통해-

 

 

“새는 

 가진 것이 없어

 저리도 가볍고 기쁘게

 하늘을 날 수 있겠지”-1998.3.17.

 

요즘 수도원에는 겨울철인데도 새들이 많습니다. 살다가 흔적없이 사라졌는지 그 많은 새들중 죽은 시체를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자유로이 하늘을 나는 새들이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 작은 새들이 무수히 하늘을 떼지어 나는 모습을 볼 때 마다 가볍게, 기쁘게, 비상하는 영적 삶을 상상하게 됩니다. 날로 무겁고 어둬지는 짐같은 삶이 아니라 날로 가볍고 밝아지는 선물같은 삶이 되기를 소망하지만, 몸도 마음도 무겁고 어둬지는 현실이 더욱 분투의 노력과 훈련을 다하게 합니다. 

 

삶은 선물인가 짐인가, 자주 자문하는 질문이자 피정지도시 주제로 택했던 강의 제목인데, 참으로 날로 기쁨과 감사중에 가벼운 선물인생을 살고 싶음은 누구나의 바람일 것입니다. 어제 복음의 주인공이 시메온이었다면 오늘 복음의 주인공은 한나라는 여자 예언자입니다. 한나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여 눈에 선히 그려집니다. 

 

‘나이가 매우 많은 이 여자는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해를 살고서는 여든 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 그리고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며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

 

복음의 한나처럼 노년에 이르기 까지 한결같이 치열한 선물 인생을 사시는 초대 안동교구장이었던 두봉 레나도 주교님이 생각납니다. 게시판에 붙은 주교님의 친필 성탄 답신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많은 성탄 카드중 친필의 축하 서신은 이기헌 주교님과 두봉 주교님뿐이었습니다. 

 

“축 성탄

보내신 카드를 잘 받았습니다. 사진! 예수님 성탄 계기로 삼아 우리는 예수님 닮은 삶을 삽시다. 2023.12.20. 두봉 주교”

 

1929년 생이니 저보다 20년 연상의 만 94세의 노년에도 ‘가볍고 기쁘게 감사하며’,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전사로 주님을 따름과 닮음의 선물인생을 사시는 모습이 참 경이(驚異)롭고 이채(異彩)롭습니다. 우리 믿는 이들의 삶은 새삼 “주님을 따름과 닮음의 여정”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과연 날로 주님을 따름과 닮음의 여정에 항구한지 성찰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의 한나와 더불어 생각나는 90세에 선종하신 제 어머니 신마리아입니다. 노환으로 돌아가셨지만 돌아가시기전 낙엽처럼 바짝 마른 참 가벼운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죽음을 직감하셨던지 제가 선물한 묵주, 시계를 내놓으셨고, 어느 수녀님이 선물한 묵주반지만 끼고 계시다 돌아가셨습니다. 서울로 유학하여 공부할 때도, 군입대후 군대시절에도 가장 많이 생각났던 어머니이며, 작금의 나이 들어 가는 노년 인생중에도 가장 많이 생각나는, 끊임없는 회오(悔悟)의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어머니입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전에 써놨던 “어머니를 그리며” 후반부 내용이 지금도 선명히 떠오릅니다.

 

“그 흔한 종교나 신앙없이도 한결같이 사셨던 어머니 

삶자체가 기도였고 신앙이셨고 종교이셨다.

이리저리 감정에 연약하게 흔들렸던 분이셨다면

그 험한 1940-50년대 세상 세월에 다섯 남매 어떻게 키웠을 것인가.

‘외롭다’거니 ‘그립다’거니 감정 표현없이도 

따사로운 남편 사랑없이도 과부아닌 과부처럼 흔들림없이 꿋꿋이 

가정을 지켜오신 어머니.

내 수도원 들어올 때도 극구 만류하셨다.

‘왜 이제 살만하게 됐는데 또 고생길에 접어드느냐’고 

그러다가 하루 지나 내 방에 들어오셔서

‘예 수철아, 네가 좋아하면 수도원에 들어가라’고 허락해 주셨다.

사실 어머니는 은연중 막내인 나와 살고 싶어 하셨다.

지금은 극도로 쇠약해 지셔서 온 종일 방에 누워계신 어머니

정신은 여전히 맑으시고 마음도 고요하시다.

그냥 계시기만 해도 좋은 어머니

‘신마리아’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 나이들어 철이 들었나 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전 얼마전에 썼던 고백시이며 제 어머니는 18년전 2005년 6월에 선종하셨습니다. 참으로 끝까지 인내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시다 지닌 것 없이 가볍게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 역시 오늘 복음의 한나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식과 기도로 깨어 지내던 새처럼 자유로운 영혼의 예언자 한나도 시메온처럼 마음의 눈이 열려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만났고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이에 대해 알립니다.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 예식을 마치고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가는 예수님 부모 모습도 참 홀가분해 보입니다. 한나도 예수님 부모도 참 초탈(超脫)하고 경쾌(輕快)해 보입니다. 

 

아, 나이들어갈수록 무겁고 어둬지는 삶이 아니라, 푸른 창공을 자유로이 나는 새처럼 몸도 마음도 삶도 밝고 경쾌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한나도 예수님 부모도 분명 그러했을 것입니다. 예수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하니 그 부모에 그 아들 예수님임을 깨닫습니다. 자녀 교육에 집착없는 지혜로운 사랑, 자유롭게하는 사랑보다 더 좋은 사랑은 없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하여 날로 따름과 닮음의 여정이 깊어갈수록 이탈과 초탈의 경쾌한, 자유로운 빛속의 삶이겠습니다. 참으로 이런 영혼들은 제1독서 요한 사도의 말씀에 더욱 공감할 것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따름과 닮음의 이탈과 초탈의 삶을 살았던 한나가 우리에게 주는 말씀 같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의 사랑이 없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닙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모두가 다 지나갑니다. 사라져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삽니다. 우리 선물인생을 참으로 자유롭고 경쾌하게 하늘의 새처럼 살 수 있게 하는 깨우침을 주는 주님의 참 귀한 가르침입니다. 소유하되 소유되지 않는, 소유가 아닌 존재의 자유로운 본질적 삶을 살라는 말씀이며, 집착없는 초연한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 깨끗한 사랑을 하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며 주님을 따름과 닮음의 여정에 충실함으로 주님을 닮아 밝고 맑고 향기로운 삶을, 참으로 초탈과 이탈의 자유롭고 영원한 삶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결정적 도움을 줍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