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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오직 하느님 영광만을 드러내는 삶을 /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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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02 조회수233 추천수0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오직 하느님 영광만을 드러내는 삶을 / 12(요한 1,19-28)

 

바리사이들이 보낸 이들의 물음에 요한이 말하였다. “나는 이사야가 말한 대로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하고 외치는 이의 그 소리다.” 그들은 또 물었다. “당신이 그리스도도, 엘리야도 아니고 그 예언자도 아니라면, 세례는 왜 주는 것이오?” 그러자 그가 답했다. “나는 물로 준다. 그런데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그분은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시지만,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이는 그가 머문 요르단 강가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렇게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구세주로 추앙받는 걸 거부했다. 그는 주님 길을 곧게 내는 광야에서 울리는 소리에 불과하단다. 심지어 그분 신발 끈조차 감히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나. 암튼 누구나 인기를 한 몸에 받다보면 스스로 착각할 수도. 그러나 그는 성찰로 자신만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흔히 샛별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새벽별로 이름을 지어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 반대이기도. 그것은 가장 먼저 뜨는 게 아니라 가장 나중까지 남는 것도 되니까. 그 샛별은 그 많은 별이 하나둘 사라지는 그 밤을 끝까지 지키다, 마침내 그 하늘을 붉은 해에게 건네고 스스로 사라진다. 세례자 요한의 탄생 축일은 624일이다. 때는 빛으로 어우러진 낮이 짧아지기 시작하는 그 참이다. 반대로 예수님은 긴긴밤 동지에서 낮이 점점 길 때다.

 

이처럼 요한의 삶도 그의 탄생시기와는 그 의미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그분 오시는 그 길을 앞서 닦고는 자신은 점점 작아졌다. 많은 이가 따랐기에 스스로를 내세울 욕망이 일만도 한데, 끝내 그 모든 영광 뒤로한 채 그분께만 드렸다. 심지어 자신은 누구보다도 가장 낮은 마지막 끝자락에도 미치지 못함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이보다 더한 겸손이 어디에 또 있을까?


사실 많은 이가 대체로 자신을 낮춘다. 그렇지만 어설픈 이는 그 반대로 고개를 바짝 치켜세운다. 별 볼품없으면서도 되레 자신만을 알아주기를 겁 없이 바라는 낌새로. 때로는 못 알아준다면서 쾌나 서운해 하는 꼴불견도 드러낸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알이 꽉 찼기에. 하지만 설익은 벼는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숙이고 싶어도 아예 못 숙인다. 알이 덜 찾기에. 여인에게서 태어난 이 가운데 가장 위대한 인물로 일컬어진 세례자 요한에게서 자신을 낮추고 예수님만을 드러내는 이 진리에 이르는 길을 따르자. 그의 그 겸손은 정말 우리를 감동시킨다.

 

사실 당대의 모든 이는 세례자 요한이야말로 구약에서 예언한 메시아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져있었다. 비록 그 자신은 단지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일 뿐이며 메시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고 고백할지언정. 정녕 그는 예수님 앞에서 어떤 태도여야 하는지를 보여 주었다. 자신은 그리스도가 아니라면서 단지 그분 오심을 준비하는 이라고만 선언을 했다. 세례를 베푸는 것도 그분을 맞이하는 준비란다. 이렇게 그는 지극히 겸손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분 신발 끈을 감히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진솔한 고백을 마다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메시아는 예수님이시다. 그분께서는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는 이들, 스스로 자기가 마치 누구인 양 떠벌이는 이들에게는 드러나지 않으시고 스스로 겸손함을 통하여 나타나신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도 스스로를 낮추시어 겸손하신 분으로 다가오시니까. 올 새해를 맞이하여서도 우리 모두도 세례자 요한처럼 겸손으로, 오직 하느님 영광만 드러내는 삶을 살도록 하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신발 끈,메시아,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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