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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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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09 조회수294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1주간 화요일] 마르 1,21ㄴ-28 “사람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 그분께서 율법 학자들과 달리 권위를 가지고 가르치셨기 때문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에 나오는 ‘존 키팅’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과 다른 ‘괴짜’였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은 ‘숫자’로 표현되는 세상의 기준에 따라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서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한 것들을 가르쳤지만, 키팅 선생님은 아이들이 삶의 참된 의미를 깨달아 스스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주었지요.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바로 책상 위에 올라가는 장면입니다. 수업 중 갑자기 책상 위에 올라간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묻습니다.

 

“내가 왜 이 위에 섰는지 이유를 아는 사람?”

 

“크다는 기분을 알려고요.”

 

“아니야, 이 위에 선 이유는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보려는거야. 이 위에서 보면 세상이 무척 다르게 보이지.”

 

학생들은 경쟁을 강조하는 어른들의 사고방식에 물들어,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이 힘으로 다른 이들 위에 군림하는 쾌감을 얻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지만, 키팅 선생님은 힘의 논리로만, 숫자라는 틀로만 세상을 바라보지 말고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함을, 그래야만 그 대상이 지닌 참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음을 가르친 것입니다. 그 이외에도 학생들에게 수많은 가르침을 주었던 키팅 선생님이 성적을 중시하는 학교 측의 압력으로 강단을 떠나게 되자, 학생들은 일제히 자기 책상 위로 올라가 그에게 이렇게 외칩니다.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 자신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가르쳐 자기 삶의 방향성을 정립하도록 도와준 참된 스승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 겁니다. 키팅 선생님이 참된 교사로서 지닌 ‘권위’가 드러나는 결정적 장면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은 안식일에 회당에서 자신들을 가르치시는 예수님의 말씀에 ‘참된 권위’가 있다고 느낍니다. 말만 앞세우고 실행하지는 않는, 자기들 어깨 위에 율법이라는 무거운 짐만 잔뜩 지울 뿐 그 율법의 참된 의미를 알려주지도 보여주지도 않는 율법학자들과는 달리,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말씀하시는 바를 실행에 옮기셨기 때문입니다. 말로만 사랑을 강조하시는게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게 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주시고, 때로는 병자를 치유하시기 위해 안식일 규정을 거슬러 ‘죄인’으로 낙인찍히는 위험까지 감수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고통과 슬픔 속에 신음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팔짱 낀 채 멀리서 구경하는게 아니라, 깊이 공감하시고 함께 마음아파 하시며 함께 울어주시는 진정성을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런 예수님의 모습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이라면 귀기울여 듣고 싶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따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켰던 것이지요.

 

주님께 사랑이 없었다면, 그분이 하시는 말씀도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이 하는 말처럼 ‘잔소리’로 들렸을 것입니다.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구속하는 ‘족쇄’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나 자신의 모습을 깊이 성찰해보면 좋겠습니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 내 입장과 원칙만 내세우면서 무섭고 차가운 심판과 단죄의 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내가 하는 말들이 그들에게 듣기 싫은 ‘잔소리’, 울림 없는 ‘빈 소리’가 되어 한 쪽 귀에서 반대쪽 귀로 흘러나가 버리지는 않는지 돌아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그들의 슬픔과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그들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조심스럽게 내뱉어야겠습니다. 그들이 우리가 하는 말에서 사랑의 권위를 느끼도록...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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