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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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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11 조회수191 추천수4 반대(0) 신고

240111. 연중 제1주간 목요일.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르 1,40)

 
오늘 <복음>은 ‘나병환자의 치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는 단순한 치유받은 한 나병환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치유 받은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또한 나를 치유하신 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기에 중요한 것은 그분이 누구신지를 아는 일이고, 그분을 만나는 일입니다. 그분의 사랑을 만나야 할 일입니다.
 
사실, 구약의 율법규정(레위 13,45-46 참조)에 따르면, 나병에 걸린 사람은 공공장소나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나타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는 접촉도 할 수 없었습니다. 옷을 찢고 머리를 풀고서, 혹시 누군가가 다가오면 ‘자신이 불결한 자’라고 외치면서 접근하지 못하도록 경고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구약의 ‘율법’과 예수님의 ‘복음’의 차이를 극렬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곧 구약의 율법은 나병환자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규정을 제시할 뿐 그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오늘 <복음>에서는 나병환자가 예수님을 피해간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오히려 다가와서 무릎을 꿇고 애원합니다. <복음>은 우리가 ‘죄인이고 불결한 사람이기 때문에’ 하느님께 나아갈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예수님께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렇습니다. 오히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병들었고 죄인이기에, 감싸주시고 치료해주십니다. 예컨대, <요한복음> 8장에 나오는 간음한 여인 이야기에서도 이를 잘 볼 수 있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간음한 여인이 ‘죄인이기 때문에’ 율법에 따라 돌로 쳐 죽여야 한다고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죄인이기 때문에’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용서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하십니다. <복음>은 이처럼, 규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호의를 제시해줍니다.
 
한편, 나병환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르 1,40)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바람이 아니라, 스승님의 바람이 이루어지소서! 라는 의탁입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바람에 대해 하느님께서 응답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바람에 우리가 응답하는 것에 대한 말합니다. 바로 이것이, 예수님께서 겟세마니에서 하신 것처럼, “내 뜻이 아니라 당신 뜻대로 하소서”라는 주인께 속한 이로서의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동시에, 당신의 치유의 능력, 곧 권능을 믿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 능력의 행사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 달려있기에, 주님의 처분에 온전히 의탁한다는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곧 주님을 믿고 신뢰하고 의탁하며, 주님의 원의에 순명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는 우리의 희망이 아니라, 하느님의 희망이 우리에게 이루어지기를 기도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의 희망을 하느님을 통해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희망이 우리에게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느님의 희망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요 장소로 자신을 내어드려야 할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르 1,40)
 
주님!
당신께서 하시고자 한 바를 하소서.
당신께서 바라시는 것을 저도 바라게 하소서.
당신이 하시고자 한 바를 저도 하게 하소서.
주님, 저를 만지소서.
저의 바람과 하는 일을 깨끗하게 하소서. 새롭게 하소서.
저를 새롭게 하시고 당신 뜻을 이루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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