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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티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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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글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1|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26 조회수396 추천수6 반대(0) 신고

[성 티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 기념] 루카 10,1-9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성당에서 공동체 내에 여러 분란과 갈등을 일으키는 분들 중에는 그 본당에 오래 다니며 활동깨나 했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신앙생활을 ‘오래’ 하기는 했는데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가 되지요.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신앙 지식을 교회의 공식적인 교리인 것처럼 떠들고 다니고, 자기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왜곡된 ‘하느님 상’이 마치 그분 모습의 전부인 양 남을 지적하고 가르치려 드니, 그분이 계시는 곳에는 다툼과 논쟁이 끊일 날이 없는 겁니다. 그런 모습을 일일히 지적해서 바로잡자니 그분이 상처 받으실 게 뻔하고, 그렇다고 그대로 두자니 계속해서 문제가 생길테고, 본당 신부로서 참으로 답답하고 막막한 상황입니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예수님도 당신 제자들을 공동체에 파견하실 때 아무 것도 지니지 못하게 하셨나봅니다. 주님이 비우라고 하신 것은 비단 물질적인 것 뿐만은 아니지요. 하느님에 대한 잘못된 지식, 완고한 고집, 한쪽으로 치우친 편협한 생각,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교만, 상대방에게 내 뜻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독단, 내가 좋아하고 내 맘에 드는 것만 하려드는 욕심과 집착에 이르기까지... 주님을 따르기 위해 비워내야 할 것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런 것들을 다 비워내고 그 자리에 하느님과 그분 뜻을 채워야 내 방식이 아닌 하느님의 방식으로 그분께서 맡기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가하면 주님을 따르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습니다.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인간적인 관계와 그 안에서 받을 수 있는 세속적인 도움에 의존하고자 하는 나약한 마음을 버리라는 뜻입니다. ‘이 집 저 집으로 옮겨다니지 말라’고 하십니다. 하느님 뜻을 철저히 받아들이고 따르는데에 집중해야지, 내 입맛에 더 맞는 걸 고르고, 내 취향에 더 맞는 걸 찾으려 들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러다간 정말 중요하고 귀한 것을 놓치게 되니까요.

 

마지막으로 주님을 따르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먼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주님께서 참된 평화를 주시기를 기도해 주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맡겨진 소명은 딱 거기까지 일뿐, 그 평화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그들의 선택이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그들의 몫입니다. 그러니 내가 기도한 대로 되었다고 잘난 체 할 일도, 내가 기도한대로 안되었다고 실망할 일도 없지요. 그저 내가 평화의 도구로 쓰임에 감사하며 기쁘게 그 일을 하면 될 뿐입니다. 다음으로는 ‘주는 것을 먹고 마시라’고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일을 하는 일꾼들을 먹이시고 보살피시는 분이니, 그분의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여러 유익들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지요. 다만, 그것을 마치 자기가 당연히 받아야 할 몫으로 여기고 심지어 자기 뜻에 맞는걸 달라고 요구하는 교만만큼은 철저히 경계하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오늘 기념하는 티모테오와 티토 성인이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들은 주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분별하기 위해 꾸준히 기도했습니다. 또한 무엇이 본질적이고 우선적인 것이며, 무엇이 부차적이고 부수적인 것인지를 올바르게 식별할 지혜를 청하며 그렇게 알고 깨달은 바를 철저히 실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았지만,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기꺼이 동참’했습니다. 그런 두 성인의 모습을 충실히 본받고 따를 수 있다면 우리도 그만큼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다가가 있을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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