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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4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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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29 조회수267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4주간 월요일] 마르 5,1-20 “그들은 예수님께 저희 고장에서 떠나 주십사고 청하기 시작하였다.“

 

 

 

 

오늘 복음에는 더러운 영에 사로잡혀 고통받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더러운 영에 들렸다고 해서 하루 종일 제정신이 아닌건 아니지요. 치매에 걸린 어르신도 가끔씩은 정신이 돌아오는 것처럼, 더러운 영에 들린 이들도 가끔씩 제 정신으로 돌아올 때가 있답니다. 그리고 그 때가 더러운 영에 휘둘리는 순간보다 더 괴롭다고 하지요. 참혹하고 비참한 자기 모습을 제대로 마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모습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슬프고 괴로운 마음에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릅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느냐고 울고 불며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으로 계속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게 낫다는 생각에 자신을 학대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이 오늘 복음에서는 더러운 영에 들린 사람이 밤낮으로 소리를 지르며 돌로 제 몸을 치는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지요.

 

그런 그의 눈에 저 멀리 계신 예수님이 보입니다. 예수님이라면 자기 몸에 깃들어 있는 이 지긋지긋한 악령을 몰아내 주실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겨, 그는 한 달음에 그분께 달려갑니다. 그러나 그를 지배하고 있는 악령은 그렇게 호락호락 물러날 생각이 없습니다. 그가 예수님 앞에 이르자 다시금 그의 몸과 정신을 휘어잡고서는 예수님을 밀어내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악령이 내뱉은 첫마디는 우리도 기도 중에 자주 하는 말입니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지극히 옳은 말입니다. 그러나 그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됩니다. 악령은 신앙고백을 하는게 아니라 그저 자기가 알고 있는 명확한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그는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정확히 알고 인정하지만, 그분과 친교를 맺는 것은 거부합니다. 주님과 관계를 맺으면 자신이 하고 있는 잘못된 행동들을 그만두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신께서 저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예수님을 밀어냅니다. 길거리에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깡패에게 누군가가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무섭게 인상을 쓰며 ‘신경쓰지 말고 가던 길 가슈’라고 겁을 주는 것처럼, 감히 하느님의 이름을 들먹이며 자기를 괴롭히지 말라고 예수님을 겁박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하지만 그 따위 겁박에 눈 하나 깜짝하실 예수님이 아닙니다. 단호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고 명령하시지요. 그러자 겁을 잔뜩 집어먹은 악령은 예수님께 자기들의 정체를 솔직히 고백하며, 제발 그 지방 밖으로는 쫓아내지 말아달라고, 다시는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을테니 마을 사람들이 산쪽에서 놓아기르는 돼지들에게라도 들어가게 해달라고 간청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악령 무리가 돼지들의 몸 속으로 들어가자, 돼지들이 갑자기 이상 행동을 보입니다. 격렬한 기세로 비탈길을 내달리더니 호수로 뛰어들어 자살을 한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악령이 자기 몸에 들어오는 것을 본능적으로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말 못하는 짐승들도 악령에 휘둘리느니 차라리 죽는 쪽을 택하는데, 게라사 마을 주민들은 그 돼지들만도 못한 모습을 보입니다. 악령에 사로잡혀 고통받던 이웃이 해방된 것을 기뻐하기는 커녕, 그 과정에서 자기들이 기르던 돼지떼가 죽어 경제적 피해를 입은 것만 신경쓰고, 예수님이 자기들과 함께 있으면 비슷한 피해가 더 커질 것을 걱정하여 그분을 마을 밖으로 쫓아냈던 겁니다. 그들의 마음이 탐욕과 이기심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 구원의 여정에는 그런 것들이 악령보다 더 위험합니다. 악령에 사로잡힌 이들은 살고 싶어서라도 주님을 찾고 매달리지만, 탐욕과 이기심에 사로잡힌 이들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주님을 밀어내기 때문입니다. 혹시 지금 내 마음도 그런 것들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지요?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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