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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4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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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2-01 조회수141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4주간 목요일] 마르 6,7-13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

 

 

 

 

2박 3일 밖에 안되는 캠프에도 커다란 캐리어에 작은 가방까지 따로 챙겨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봅니다. 짧은 여행을 갈 때도 여러 상황을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참 많은 것들을 준비해가는게 당연한 세상입니다. 그런데 복음을 전하는 중대한 임무를 주시면서, 어디로 가게될지, 언제쯤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는 막연한 상황인데도, 아무 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시는 주님의 명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참으로 난감합니다. 고생길이 훤한 당신 제자들이 걱정되지도 않으시는 걸까요?  하지만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예수님은 우리에게서 그 걱정거리를 없애주시기 위해 아무 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시는 겁니다.

 

여행 보따리 꼼꼼하게 잘 챙겨가면 편리하지요. 빵과 여행 경비 넉넉하게 가져가면 마음이 참 든든하구요.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해서 우리 마음에서 걱정거리가 사라지는게 아닙니다. 있으면 있는대로 걱정할 게 있고, 오히려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게 많아지기도 합니다. 혹시 강도를 만나 뺏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사람을 만나도 마음을 열고 다가가지 못합니다. 부주의함 때문에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보따리만 신경쓰느라 정말 신경쓰고 내 눈과 마음에 담아야 할 소중한 것들을 놓칩니다. 빵과 여비가 넉넉한만큼 그것들에 기대려는 마음이 커져있기에, 그것들이 점점 줄어갈수록 앞날을 걱정하는 마음 또한 커집니다. 그렇게 ‘먹고 사는’ 걱정에 마음을 뺏겨 ‘복음선포’라는 소명은 점점 구석으로 밀려납니다.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우리 대부분이 겪는 어려움과 고민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아무 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십니다.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세상의 일을 걱정하게 되지만,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은 하느님의 도우심과 자비에 자신을 온전히 의탁하며 그분께서 맡기신 일에 ‘올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힘으로 예수님의 제자들은 담대하게 복음을 선포하고 마귀들을 쫓아내며 병자들을 치유해 줄 수 있었습니다. 세상 일을 걱정하느라 마음이 갈라졌다면, 그래서 믿음이 약해졌다면 절대 해내지 못했을 일들입니다. 세상의 것을 소유하면 마음에 걱정이 생기지만, 하느님을 소유하면 마음에 기쁨과 희망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두 가지가 우리를 제대로 살게 합니다.

 

그런데 왜 예수님은 ‘지팡이’ 하나만큼은 꼭 챙겨가라고 하셨을까요?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은 자기 몸을 지탱하고 들짐승을 쫓는 ‘도구’로서의 지팡이가 아닙니다. 내 삶을 지탱하고 나를 악의 세력으로부터 지켜주시는 분, 즉 하느님께 대한 굳건한 믿음을 마음 속에 지니라고 하시는 겁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다윗은 자기 아들 사무엘에게 어떻게 해야 이스라엘의 왕에게 맡겨진 무거운 책임을 다 할 수 있는지 그 비결을 유언으로 남깁니다. “주 네 하느님의 명령을 지켜 그분의 길을 걸으며, 또 모세 법에 기록된 대로 하느님의 규정과 계명, 법규와 증언을 지켜라. 그러면 네가 무엇을 하든지 어디로 가든지 성공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왕도’를 충실히 걷기 위해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계명과 뜻을 충실히 따르는 것 뿐입니다. 그러면 부족하고 필요한 것은 그분께서 다 알아서 채워주시기 때문입니다.

 

그건 ‘구도’를 걷는 우리도 마찬가지지요. 바오로 사도가 우리에게 그 비결을 남겨주었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2-13).” 고통과 시련, 유혹과 위험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고 잘 지내는 비결은 바로 우리에게 힘을 주시는 분이신 하느님 안에서, 그분 뜻에 따라 사는 것입니다. 그러니 ‘믿음의 지팡이’를 손에 꼭 쥔 채, 주님만 믿고 따라가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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