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5주일 나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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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2-04 | 조회수152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연중 제5주일 나해] 마르 1,29-39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다가가시어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이 가셨다.“
예수님의 수제자인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드러누워 있습니다. 이를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화병’ 혹은 ‘울화통’이 터지는 상태라고 할 수 있지요. 어떤 일이 자기 뜻과 바람대로 되지 않아서,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자꾸만 꼬이고 어그러지다보니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입니다. 그 마음의 불이 몸에 옮겨 붙으면 작은 일에도 화가 치솟고, 소화가 잘 안되며,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쓰리거나 울렁거리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여성 암 환자 중에 85%의 발병원인이 ‘화병’이라는 통계도 있는걸보면, 열병은 절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마음에 쌓인 응어리와 화를 제대로 풀어내야 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열병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야 합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자기만의 열병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더 많이 소유하고 싶어서,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어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싶어서 애를 쓰지만, 보통은 그런 노력이 기대만큼의 보상을 받지는 못합니다. 그런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마음에 응어리를 만들고, 그 응어리가 쌓이면 열병이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시몬의 장모가 앓던 열병은 무엇일까요? 아마 자기 가족들이 편안하고 부유한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사위라는 사람이 밖으로만 나도느라 가정을 돌보질 않으니 사랑하는 딸과 외손주들이 고생하는걸 보게 되었고, 사위에 대한 실망과 미움이 그녀의 마음에 화를 키워 병이 된 겁니다.
그 화병 때문에 몸져 누워있던 그녀에게 예수님께서 찾아가십니다. 그녀가 오시라고 청하지 않았는데도 당신이 먼저 다가가시어, 그녀의 답답하고 힘든 사연을 들어주십니다. 시몬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알려주심으로써 그에 대한 미움과 원망을 해소해 주십니다. 또한 당신께서 앞으로 시몬과 함께 해 나갈 일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인지 그 의미를 알려주십니다. 그리고는 당신 손을 그녀에게 내미시지요. 그 손을 잡고 일어서자 그녀를 몸져눕게 만들었던 열병이 거짓말처럼 사라집니다. 주님의 사랑 덕분에 그녀의 마음 속에서 미움과 원망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 덕분에 세상 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그녀의 마음 속 갈망이 정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녀는 다시 열병에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참된 믿음 없이, 구원에 대한 희망 없이 그저 자기 뜻과 갈망 속에 갇혀 있었을 땐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가슴에 응어리가 맺혔지만,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참된 믿음과 구원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 지금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하느님이 자신에게 바라시는 뜻이 무엇인지를 찾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주님께서 당신을 따르는 이들을 세상의 열병에서 치유하시는 방식입니다.
시몬의 장모를 비롯하여 수많은 병자들을 밤 늦게까지 치유하시고 나서, 예수님은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일어나 외딴 곳으로 나가시어 기도하십니다. 우리는 뭐 하나만 잘해도, 조금만 잘 나가도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양 으스대며 더 큰 인기와 명예를 쫓는 ‘교만’이라는 열병에 걸리지만, 예수님은 기도 안에서 모든 영광을 하느님께 돌리시고 그분의 뜻을 찾으십니다. 하느님 아버지와 온전히 일치하여 그분 뜻을 따르는 것이 그분 삶의 이유이자 목표였기에, 이루지 못한 개인적 갈망 때문에 가슴에 응어리가 맺힐 일도, 자기 뜻을 따라주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상할 일도 없이 늘 영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실 수 있었던 겁니다.
그랬기에 “모두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라는 제자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으십니다. 사람들은 자기를 인정해주고 잘 따라주는 이들 곁에 머물며 인기와 명예를 누리고 싶어하지만, 예수님은 그런 인간적인 것들에 연연하지 않으시고 온 세상에 구원과 복음을 선포하기를 바라시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기꺼이 다른 곳으로 떠나십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면서도 하느님의 뜻보다 자기 뜻을 먼저 찾습니다. 하느님의 능력을 이용하여 자기 소망을 이루는게 신앙생활의 목표라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자 도구로 삼는 순간, 내가 하는건 신앙생활이 아니라 재물과 성공이라는 우상을 쫓는 ‘우상숭배’가 되어 버립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욕망을 채워야만, 더 많이 갖고 더 높이 올라가며 더 유명해져야만 행복해진다고 속삭이지만, 그런 욕망은 집착할수록 점점 더 커지니 절대 만족할 수가 없고 그만큼 우리 마음에 커다란 응어리를 남기지요. 그리고 그 상태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우리는 도저히 치유될 수 없는 심각한 열병 때문에 멸망할 위기에 처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내 뜻’을 내려놓고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따라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한 마음과 영혼으로 하느님과 함께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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