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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5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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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4-02-06 조회수479 추천수5 반대(0)

보스턴 한인 성당엘 다녀왔습니다. 17년 동안 사목하던 신부님의 은퇴미사가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성당 주보에 신부님을 떠나보내는 교우의 글이 있었습니다. 교우는 이렇게 신부님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신부님과의 이별이 눈앞에 와 있네요. 우리의 인생이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지만, 신부님과의 헤어짐을 생각하니 텅 빈 가슴에 슬픔과 아쉬움 쌓여 하얘짐을 느낍니다. 그동안 신부님과 같이 만들어낸 많은 시간과 추억들 그리고 어떤 저울로도 잴 수 없는 신부님의 깊은 사랑이 마치 영화 속의 이야기처럼 돌아가고 있습니다. 신부님께서 저희들에게 베풀어 주신 그 깊고 크신 아버지의 사랑을 어찌 짧은 글로 표한 할 수 있을는지요. 목자 잃은 양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에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아들 도미니코 사제를 우리들의 아버지로 보내 주셨습니다. 그때 만남의 기쁨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갑자기 오셔서, 모든 것이 생소 하시고, 힘드셨을 텐데도 목자 없이 굶주렸던 저희들에게 믿음과 성령의 양식으로 배부르게 해 주셨습니다. 성령이 충만한 신부님이 본당신부님이라고 많이 부러워함을 들을 때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신부님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오빠처럼, 때로는 형님처럼 저희들의 아버지로서 저희들과 함께 17년을 보내셨습니다. 17년이라 함은 아기가 태어나서 거의 성인이 되어가고 있는 나이입니다. 저희 신자들의 믿음의 나이도, 신부님께서 좋은 양식을 골고루 많이 주신 덕분에 영적으로 골격과 살이 붙어 성장하였습니다. 이제는 저희 스스로 조금은 서 있을 수 있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음을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신부님께서는 본당 신자분들이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실 때마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슬픔을 같이하며 우셨고, 아픔과 여러 가지 고통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양떼들을 볼 때마다 너무나 가슴 아파하셨고, 병마로 희망을 잃은 양들에게 손을 잡고 같이 아파하시는 모습에서 저희들은 하느님의 모습을 뵐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갑자기 닥쳐온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삼년 동안 고통과 절망에 잠겨 있는 신자들의 영적인 아버지로서 헤아릴 수 없는 애를 쓰셨습니다. 물심양면으로 쏟아 부어 주신 깊은 아버지의 사랑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 많이 저희들의 가슴에 닿아 옴을 느낍니다. 신부님과 저희들이 같이 만들어낸 한순간 한순간들은 저희 보스턴 한인성당의 역사가 되어 많은 장을 장식하며 모든 신자분들의 영적인 가슴속에 영원히 머무르고 있겠지요. 신부님께서는 저희들의 영적인 아버지로서, 끝없는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모든 신자분들이 영적으로 많이 성장하여 미국 보스턴에서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이민교회로 우뚝 설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신부님께서 다져주신 튼튼한 저희들의 신앙을 새로 오시는 신부님의 아들 신부님이신 크리스 신부님을 공경하며 잘 모시고 도와 드리면서 튼튼한 신앙생활을 해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신부님께서도 저희들을 위해서 많은 기도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저희들도 신부님의 건강을 위하여 쉬지 않고 기도 올려 드리겠습니다. 많이 기뻐하시고, 많이 웃으시는 신부님의 하루하루가 되시길 저희 모두 두 손 모아 온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도미니코 신부님을 저희들의 영적인 아버지로 보내주시어 저희들에게 한없는 당신의 사랑을 베풀어주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나게 해 주신 사랑의 하느님, 감사드립니다.”

 

저는 신부님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적은 글을 읽으면서 새삼 신부님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아들 신부님은 전도가 양양한 청년이었다고 합니다. MIT를 졸업하였고, 큰 기업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예수님을 만나고 회심하여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되었듯이, 그 청년은 보스턴에서 신부님을 만났고, 회심하여 복음을 전하는 사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신부님의 영적인 사랑이 세상의 것을 추구하던 한 청년의 마음을 성령의 뜨거운 불길로 인도하였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참된 지혜는 사랑을 주는 것입니다.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랑을 주었던 신부님은 참된 지혜를 보여주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훌륭하게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정의의 월계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날에 정의의 재판장이신 주님께서 그 월계관을 나에게 주실 것이며, 나에게뿐만 아니라, 다시 오실 주님을 사모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주실 것입니다신부님께서도 훌륭하게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32년 미국에서의 시간을 마치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는 신부님께 하느님의 사랑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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