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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6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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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2-12 조회수200 추천수7 반대(0) 신고

[연중 제6주간 월요일] 마르 8,11-13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예수님과 논쟁하던 바리사이들이 그분께 “하늘에서 오는 표징”을 요구합니다. 모세 때에 광야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느님께서 ‘만나’를 내려주셨던 것처럼, 여호수아의 간구를 들으신 하느님께서 해와 달을 멈춰주셨던 것처럼(여호 1,12-14),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이 세상에 보내셨음을 자기들이 그 어떤 논란의 여지 없이 믿을 수 있도록, 그 누구도 반박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한 ‘증거’를 내놓으라는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당신의 신원과 사명을 드러내는 분명한 표징을 보여주셨습니다. 병자들을 치유하셨고, 마귀를 쫓아내셨으며, 얼마 안되는 음식으로 수천명의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시기도 했지요. 그 기적들을 믿음의 눈으로 보았다면, 예수님의 존재와 활동을 통해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가 시작되었음을, 그분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이를 충만한 완성과 행복으로 이끌기 위해 하느님께서 보내신 구세주이심을 금새 깨달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한 것은 그분이 메시아이심을 믿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분이 메시아가 아니라는 자기들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즉 그들은 믿지 않으면서 표징을 요구한 것이지요. 먼저 믿어야 그 믿음의 눈으로 자기에게 일어나는 일들 안에 숨은 하느님의 뜻을 알아볼 수 있고, 그렇게 그 일이 하느님의 존재와 사랑을 깨닫게 하는 표징이 되는 것인데, 믿음도 없이 표징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에게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한 부류는 세상에는 기적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고, 또 한 부류는 세상의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나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존재를 믿고 그분 뜻을 받아들이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기적이고 신비입니다. 그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하느님의 존재와 사랑을 드러내는 ‘표징’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신앙인이라고 하면서, 하느님께 표징을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남편을 승진시켜주면, 아이가 좋은 학교에 들어가게 해주면, 자기 집 값이 오르게 해주면 하느님을 믿겠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당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 조건을 다는 자녀들의 모습을 보시고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어떤 마음이 드실까요?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하느님, 그래서 아낌없이 은총과 축복을 베푸시는 하느님을 보지 못하고, 주어진 은총의 결과에만 매달리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게 아닙니다. 또한 그분께서 하신 수많은 기적과 행적들은 우리에게 하느님 사랑의 ‘증거’를 보여주시기 위함이 아닙니다. 우리를 하느님께 대한 참된 믿음으로 이끄시기 위해 사용하신 ‘방법’일 뿐이지요. 그렇기에 기적을 많이 체험하는 것보다, 기적의 삶을 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휘둘리면 달 자체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능력을 보여주는 기적에 휘둘리지 말고 하느님의 존재와 사랑 자체를 바라는 사람이 참된 신앙인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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