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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순은 자기다운 정화의 시기 / 재의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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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2-14 조회수195 추천수4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사순은 자기다운 정화의 시기 / 재의 수요일(마태 6,1-6.16-18)

 

사순 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성목요일의 주님 만찬 저녁 미사 전까지 사십 일간이다. 주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부활을 기다리는 시기다. 하느님 만남을 위한 정화의 기간에, 차분히 우리 부활을 준비하자. 해마다 이즈음이면 나누고 베풀자는 외침을 곧잘 듣는다. 가족과 이웃을 떠올려보자. 그들에게 먼저 베풀지 않으면, 달라는 삶으로 바뀔 수도. 거지는 단순히 얻어먹는 이가 아닌, 무조건 달라는 이다. 그래서 주지 않는다고, 그들은 늘 섭섭하게만 생각한다.

 

사순절을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인 오늘, 기도와 단식과 자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또 주위의 작은이에게 눈을 두라신다. 배품은 선행으로, 그것은 내세우지 않고 숨겨 두는 거란다. 다른 이의 인정을 받기 위한 선행은 인정받는 것으로 끝날 뿐, 더 이상의 열매는 없다. 하느님께서 보시는 선행은 다른 이에게서는 아무런 갚음도 받지 않기에. 오직 그분께서 우리에게만 꼭 갚아 주시리라. 그러니 가까운 이들께 먼저 베풀자. 오른손 하는 일을 왼손마저 모르게. 아무도 안보는 곳에서, 그들 위해 기도하면서. 물질이든 애정이든 그렇게 주고는 잊어야만 한다.

 

중국 연나라에 활 잃어버린 이가 있었다나. 그는 활을 찾으려 하지 않았단다. 이유는 연나라 사람이 잃어버린 것을, 연나라 사람이 언젠가 주울 것이기에. 공자께서는 여기에 한마디 더하셨다. “연나라라는 말을 뺐더라면 참 좋았다.” 그러자 노자께서 공자님 말씀에 토를 보태었다. “사람이라는 말까지 뺐더라면 더 좋았을 걸.” 이렇게 적선이라면, 돈과 재물로 도와야만 된다고 너무 쉽게 연관 짓기가 십상이다. 늘 만나는 이들과 달리 사랑의 관계를 맺지 못하면, 늘 만나는 주님과도 올바른 관계가 될 수가 없다. 남 돕는다 해서 다 적선이 되는 게 아니리라. 진정한 적선은 남모르게 하는 거다. 오른손도 왼손도 모르게. 그래야 하늘의 힘이 함께한다.

 

그렇다. 자선을 베풀 때, 오른손 하는 일을 왼손 모르게 하자. 그렇게 자선은 숨겨 두자. 그러면 숨은 일 보시는 그분께서 보태주실 게다. 이렇게 자선은 남모르게 하는 거란다. 남이 알면 자선이 아닌, 자랑이 될 테니까. 그런데도 자선이란 명분으로 자기를 선전하는 이들이 쾌나 많다. 그래도 안하는 것보다는 좋다나. 그렇지만 숨은 일도 보시는 그분께서는 분명히 아신단다.

 

사실 배품에서 진정으로 요구되는 건 돈보다 사랑이다. 물질이 아닌 애정이다. 다정한 말 한마디와 따뜻한 미소가 바로 적선이다. 남 위한 작은 기도가 배품이다. 이렇듯 적선은 나눔이며 진정한 사랑의 실천이다. 갚음을 바라지 않고 베풀면, 늘 하늘의 기운이 따른다. 밝아지는 인생을 체험할 게다. 그래서 적선하는 이는 귀신도 어쩌지 못한다.’라는 속담도 있다. 악한 기운마저 가까이 못 온다나. 그만큼 하늘의 보호를 받는 것으로 여겼다. 이처럼 마음이 먼저란다.

 

오늘은 나, 내일은 너!”(Hodie mihi, cras tibi!) 서양인 묘지에 종종 등장하는 비문이다. 언제 다시 하느님 품으로 갈지 모르는 우리다. 오늘 지금은 어제 죽은 이가 가장 살고자 한 바로 그 내일이다. 하루하루가 머무는 지금의 소중함을 되새기자. 하느님은 숨은 일도 보시는 분이시기에. 오늘 우리는 머리에 재를 받으며,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라는 권고를 듣는다. 은총의 사순시기를 시작하면서, 그분께 자신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기회가 되면 참 좋겠다. 그러기에 이 사순은 진실을 추구하는 수행의 때다. 참 그리스도인으로 솔직한 제자의 삶을 추구하며, 말 그대로 자기다움을 회복하려는 정화의 시기이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사순 시기,선행,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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