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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고난회 김준수 신부님의 사순 제1주간 수요일: 루카 11, 29 -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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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기승 쪽지 캡슐 작성일2024-02-20 조회수194 추천수2 반대(0) 신고

 “그러나 보라, 솔로몬보다 더 큰 이가 여기 있다. 그러나 보라, 요나보다 더 큰 이가 여기 있다.” (11,31.32)


“은혜로운 회개의 때 우리에게 주시어 우리 죄를 아파하며 뉘우치게 하시네.” (성가 124장) 어쩌면 하느님께 인간이 드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행위는 바로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자신의 죄를 아파하고 뉘우치며 하느님께로 되돌아가는 회개의 삶이라고 믿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표징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당신이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11,29)라고 말씀하십니다. 요나의 표징이란 바로 요나가 물고기 뱃속에서 사흘 만에 살아난 다음, “니네베로 가서, 이제 사십 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요나3,1.4) 고 외치자, 놀랍게도 요나의 설교를 들은 “니네베 사람들이 하느님을 믿었던 것입니다.” (3,5) 그렇습니다. 회개할 가능성이 없다고 믿었던 그들이 진정으로 믿고 단식하며, 하느님께 진노를 거두시라고 용서를 청하며 가장 높은 임금으로부터 가장 낮은 사람까지 자루 옷을 걸치고 재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참회했던 것입니다. 죽어 마땅했으며 멸망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이 악한 길에서 돌아서는 모습을 보시고 하느님께서는 마음을 돌리시어 그들에게 내리겠다던 재앙을 거두셨습니다.” (요3,10)      

예언자인 요나보다 더 큰 분이신 예수님께서 동시대의 사람들과 후대의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표징이란 사흘 만에, 죽음에서 부활하시리라는 것입니다. 파스카의 신비가 당신이 보여 줄 표징이며,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만이 우리 믿음의 전부이며 정수精髓입니다. 기적은 믿음의 필수요건이 아닌 부수 조건이며, 모든 기적과 신비의 절정은 바로 파스카의 신비입니다.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 는 표현처럼 자신의 존재와 활동을 통해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고 고난을 겪으신 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후, 사흘 만에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보다 눈에 보이는 현세적 기적만을 요구하고 있는 우리의 기복적 신앙을 반성하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이 사순시기를 살아가면서 비록 힘들고 어렵다고 해서 주님께 표징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지 않도록 합시다. 지금껏 세상 살아오면서 주님께서 베풀어 주신 그 많은 은총과 사랑을 헛되게 한 것도 모자라서 무슨 표징을 더 보여 달라고 요구하렵니까? 지난 재의 수요일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게 하십시오.”(2코6,1)라고 권고한 것처럼 은총을 헛되이 하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감사하면서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하신 일을 통해서 하느님의 현존을 보고 느끼고 만질 수 있도록 눈을 뜨는 것입니다. 본질적인 것은 마음의 눈, 신앙의 눈으로 봐야 합니다. 마음의 귀로 들어야 합니다. 주님께서 언급한 니네베 사람들과 요나의 실례에서 저에게 의미롭게 다가온 것은 요나의 진솔하고 절박한 설교의 힘과 능력이기도 하지만, 이를 기꺼이 마음으로 듣고 회개한 니네베 사람들의 열린 마음과 그 들음의 자세입니다. 사실 누군가 설교를 잘해서 몇 사람을 회개시킬 수 있지만, 니네베 시민들처럼 집단으로 회개한 것은 결코 설교자의 능력보다는 시민들의 마음에 들을 수 있는 귀와 마음이 있었으면, 이 모든 일은 보이지 않는 성령의 활동이 그들 안에서 작용하였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들음의 기적은 전적으로 성령의 작용입니다. 이같이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대가 참으로 니네베 사람들처럼 갈라지지 않고, 모든 이가 마음을 돌려 하느님의 뜻을 우선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저마다 제 악한 길과 제 손에 놓인 폭행에서 돌아설 때” (요나3,8) 하느님께서 우리가 청하지 않아도 표징을, 기적을 베풀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니네베 시민들의 부서지고 뉘우치는 마음을 보시고 하느님께서 마음을 돌리신 것처럼 주님께서도 마음을 돌리시고 은총과 사랑을 베푸시질 않겠습니까? 그 은총은 바로 당신께서 사람이 되시어 걸으셨고 사셨던 삶을 우리 또한 따라 걷고 살아갈 수 있는 믿음의 은총입니다. 그것은 당신께서 걸어가셨던 진리의 길을 걷고, 사셨던 진리를 살며, 누렸던 생명을 만끽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무슨 표징을 더 보여 달라고 청하기보다 이미 보여 준 표징 곧, ‘하느님 사랑의 표지인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그 사랑으로 우리 또한 또 하나의 사랑의 기적을 증거하고 실천해 나감으로 세상의 모든 사람이 걸어야 길과 살아야 할 진리 그리고 누려야 할 생명이신 주님을 만나 따르도록 이끌어 주는 데 있습니다. 십자가를 짊어지고 살아가도록 십자가, 하느님 사랑의 복음을 전하는 데 있습니다. 십자가보다 더 크고 확고한 표징은 없습니다. 예수님보다 더 큰 이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없습니다. 

   “주님, 당신 앞에 부서지고 뉘우치는 마음을 갖게 하시고, 그런 마음으로 한세상 살아가게 하여 주십시오. 저는 더 이상 다른 표징을 바라지도 않고 오직 당신 사랑의 위대한 업적인 십자가의 사랑만을 의지하며 살아가렵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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