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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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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2-22 조회수149 추천수6 반대(0) 신고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마태 16,13-19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오늘은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입니다. 교황주일이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가톨릭 교회를 위해 봉사하는 교황님을 기억하고 그분을 위해 기도해 드리는 날이라면, 오늘 베드로 사도좌 축일은 그 교황이라는 ‘자리’가 어떻게 해서 생기게 되었는지, 그 자리에 부여된 큰 권력만큼, 어떤 막중한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지, 그리고 그 자리에 앉은 이들을 존중하며 순명하는 우리가 주님의 뜻에 따라 실천해야 할 소명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날이지요.

 

우리는 베드로 사도가 그저 평범한 어부의 삶을 살아가던 ‘보통 사람’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동료 제자들과 사람들을 가르치고 이끌만한 고귀한 지혜를 갖추는건 고사하고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면 다행이었지요. 게다가 마음은 얼마나 약하고 우유부단하며 겁이 많은지, 예수님을 따라 물 위를 걷겠다고 나섰다가도 눈 앞의 풍랑이 두려워 물에 빠지고,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내놓겠다’며 호기롭게 나섰던 것이 부끄럽게도, 3년 동안 동고동락한 자기 스승님을 ‘모른다’며 세 번이나 그분과의 관계를 부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부족하고 약한 그가 예수님을 두고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라며 자기 믿음을 고백합니다. 그가 똑똑하고 잘나서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그 진리를 먼저 깨달은 게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그의 마음을 순수한 열정과 순명의 정신으로 활짝 열어주시고 참된 진리로 이끌어 주셨기에 모두가 마음에 새겨야 할 ‘정답’을 외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 점에서 신앙생활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하느님이십니다. 우리는 스스로가 믿을만 해서, 믿고 싶어서 믿는다고 착각하지만, 하느님께서 여러 사람과 상황을 통하여 놀라운 방식으로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시고 이끌어 주시기에, 그 이끄심을 따라갈 뿐이지요. 그 놀라운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나와 같은 믿음을 지닌채 살아가는 형제, 자매를 두고 ‘성당 다닌다는 사람이 왜 저래?’라며 비난하거나 단죄할 수 없습니다. 교회 공동체는 윤리 도덕적으로 완전한 성인들로만, 법 없이도 살 선한 천사들로만 이루어진 공동체가 아닙니다. 베드로처럼 실패한 사람, 부족한 사람, 자주 죄 짓고 후회하는 사람, 심지어 주님을 배반하는 사람이 모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주님의 뒤를 따라보겠다고 아등바등 애쓰는 모습을 그분께서 어여삐 보시고 당신 곁으로 불러주신 것이지요. 내가 너의 죄를 용서해줄테니 다시 한 번 잘해보라고, 너에게 영원한 생명과 참된 행복을 얻을 기회를 줄테니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라고 격려해주시고 힘을 주시면서 말입니다.

 

주님께서는 베드로를 사도의 자리, 목자의 자리로 불러주신 것처럼, 우리를 구원의 자리, 행복의 자리로 불러 주십니다. 우리의 실수와 잘못, 죄와 허물, 부족함과 약함, 나태함과 안일함에 초점을 맞추시는 대신, ‘나’라는 존재 자체를, 주님을 따르고자 하는 나의 간절한 의지를, 그 의지로 만들어갈 믿음의 가능성을, 주님만 사랑하며 따르고자 하는 일편단심을 사랑해 주시는 겁니다. 그런 주님의 마음과 뜻을 헤아린다면, 그분께서 베드로를 통해 교회에 맡기신 구원의 열쇠를 이 세상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그것은 시기와 질투, 오해와 갈등으로 잔뜩 엉켜버린 관계의 매듭을 이해와 용서, 사랑과 포용으로 풀어내는 일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노력하면 세상의 매인 나와 너의 영혼 모두가 그 속박에서 풀려, 우리 모두가 자유롭게 하느님 나라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우리를 위해 마련된 영광스러운 자리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을 마음에 깊이 새기는 것이 우리가 오늘 ‘베드로 사도좌 축일’을 기념하는 의미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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