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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닮의 여정, 예닮의 여정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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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2-26 조회수191 추천수6 반대(0) 신고

 

평생 과제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

 

근래 ‘시대의 스승’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없이 장일순((1928-2010)과 신영복(1941-2016)을 꼽고 싶습니다. 두분의 글씨도 참 깊고 독특하고 향기로운 예술입니다. 두분의 평전도 감동적이라 보관중이며 가끔 읽고 있습니다. 장일순에 대한 평과 사례를 소개합니다.

 

“시인 김지하의 스승이었고, <녹색평론>발행인 김종철이 단 한 번 보고 홀딱 반했다는 사람, 목사 이현주가 부모없는 집안의 맏형같은 사람이라 했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유홍준은 어디를 가든 함께 가고 싶다 했던 사람, 소설가 김성동과 <아침이슬>의 김민기가 아버지로 여기고, 판화가 이철수가 진정한 뜻에서 이 시대의 단 한 분의 선생님이라고 꼽았던 사람, <사상의 은사>라는 리영희가 존경했던 분..' ”

 

무위당 장일순에게 감화를 받은 분들은 얼마나 많은지 모르며 이분에 대한 찬사글도 끝없이 많습니다. 그의 감동적인 소개글 하나 나눕니다.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그 일을 어떻게 할 지를 소중하게 여기라 하며, 공무원에게는 민(民)을, 장사꾼에게는 손님을 하늘처럼 섬기며 정성을 다하라고 말했다. ‘자네 집에 밥 잡수러 오신 분들이 자네의 하느님이여. 그런줄 알고 진짜 하느님이 오신 것처럼 요리를 해서 대접해야 해. 장사 안 되면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은 일절 할 필요가 없어요. 하느님처럼 섬기면 하느님들이 알아서 다 먹여주신다 이 말이야.' 

 

장일순은 길을 가다가도 아는 사람을 만나면 세세한 가정사를 묻고 어른들의 안부를 살폈다. 리어카를 끄는 사람이든 바구니 장사든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것저것 여러 가지 사연도 따랐다. 김지하의 말에 따르면 봉산동 집에서 20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보통 2시간씩 걸리는 일이 흔했다고 한다.”

 

정말 예수님의 제자다운 참으로 누구나에게 활짝 열려 있는 경청의 자비롭고 너그러운 사람입니다. 이분의 세례명은 세례자 요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평생 과제를 제시합니다. 아버지처럼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에 이은 결정판 같은 말씀이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입니다. 

 

우리의 ‘거룩함(holiness)’은 하느님의 ‘온전함(wholeness)“을 보여줘야 합니다. 거룩함이 온전함이며 영어발음도 같습니다. 참으로 자비로운 삶이 거룩한, 온전한 삶입니다.  <둥근 마음, 둥근 삶> 제 책명이 가리키는 바역시 자비로움입니다. 루카복음에서 예수님은 평지설교의 결론이자 우리의 평생과제를 제시합니다.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6,36)

 

하느님의 얼굴도, 이름도 한마디로 정의하면 “자비”입니다. 하느님을 닮을수록 자비로운 사람이요 이것이 바로 우리의 평생과제입니다. 예수님이야말로 하느님 자비의 화신입니다. 그러니 하닮의 여정, 예닮의 여정의 궁극 목표는 주님을 닮은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어지는 “남을 심판하지 마라”는 가르침에서 자비행의 구체적 지침을 주십니다.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바로 남을 심판하지 않는 사람이, 남을 단죄하지 않는 사람이, 끊임없이 용서하고, 주는(giving) 사람이, 섬기는(serving) 사람이, 돌보는(caring) 사람이, 나누는(sharing) 사람이 하느님을, 예수님을 닮은 자비로운 사람입니다. 자기를 모르는 무지의 교만하고 인색한 사람이 남을 심판하고 단죄하지, 정말 자기를 아는 겸손하고 관대한, 지혜로운 자비의 사람은 결코 남을 심판하거나 단죄하지 않고, 무조건 용서하고 주고 나누고 돌보고 섬깁니다.

 

새삼 자비로운 삶도 영적훈련임을 깨닫습니다. 자비로운 삶을 선택하여 평생 훈련으로 습관화할 때 비로소 아버지를 닮은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 갈 것입니다. 나이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 합니다. 마지막 천국문 통과시 주님께서 검사할 마음의 얼굴입니다. 얼마나 아버지를 닮은 자비로운 얼굴인지 말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에서 예언자 다니엘의 동포를 위한 기도가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의 심금을 울립니다. 자비행에 앞서 이런 진실한 기도와 회개의 실천이, 훈련이 우리를 하느님을 닮은 자비로운 사람으로 변모시켜 줍니다. 그러니 한결같은 자발적 자비행과 기도와 회개의 훈련 및 습관화입니다.

 

“아, 주님! 위대하시고 경외로우신 하느님,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계명을 지키는 이들에게 계약과 자애를 지키시는 분!...주님, 당신께서는 의로우십니다. 그러나 저희는 오늘 이처럼 얼굴에 부끄러움만 가득합니다. 저희가 당신께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주 저희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시고 용서를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저희는 주님께 거역하였고, 주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고, 저희 앞에 내놓으신 법에 따라 걷지 않았습니다.”

 

자비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훈련에 앞서 이런 철저한 기도와 회개가 우선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우러러 “두려워할 줄 아는 사람”,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 우선입니다. 하느님을 우러러 회개가 없기에,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내로남불, 인면수심(人面獸心), 후안무치(厚顔無恥)의 괴물같은, 자기를 모르는 무지의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기본적 정서인 부끄러움과 두려움의 자기인식을 전제로 한 겸손하고 자비로운 삶, 바로 이것이 올바른 순서입니다. 

 

하닮의 여정, 예닮의 여정중 날로 주님을 닮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이 우리의 평생과제요 이런 사람이 진정 참사람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한결같은 자비의 훈련에 항구함으로 자비로운 사람이 되게 하십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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