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순 제4주간 월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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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4-03-10 | 조회수383 | 추천수4 | 반대(0) |
5년 전에 뉴욕에서 지낼 때에 보일러에 문제가 있어서 새로 바꾼 적이 있습니다. 이번 댈러스에 와서도 보일러에서 가스가 누출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해결 될 줄 알았는데 보일러의 수명이 다 되어서 새것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합니다. 보일러를 바꾸면서 형제님이 제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신부님은 이동하는 곳마다 보일러를 바꾸시네요.” 제가 가는 곳마다 보일러의 수명이 다 되었던 것 같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제가 가는 곳마다 새롭게 뜨거운 열기를 만들어 내라는 사명인 것 같습니다. ‘Peace Maker'가 있다면 저는 ’Heat Maker'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성령 강림 대축일에 바치던 기도가 생각합니다. “허물들은 씻어주고 메마른 땅 물주시고 병든 것을 고치소서. 굳은 마음 풀어주고 차디찬 맘 데우시고 빗나간 길 바루소서.” 새로운 곳, 댈러스에서 제가 따뜻한 마음으로 굳은 마음을 풀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친 이들에게, 아픈 이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3시간 넘게 보일러를 교체하는 현장에 함께 했습니다. 보일러에는 물이 50갤런 넘게 들어 있기 때문에 먼저 보일러에 있는 물을 빼 주어야 했습니다.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면서 형제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전날 작업 중에 왼손 중지가 다쳐서 작업에 애로가 많았지만 형제님은 꼼꼼하게 작업을 해 주었습니다. 물이 빠진 보일러를 빼내고 새 보일러로 교체 했습니다. 다시 물을 채우고, 가스를 연결하고, 배기가스가 나갈 수 있도록 연통을 달았습니다. 물을 채우면서 공기를 빼주고, 드디어 불꽃으로 가스에 불이 붙었습니다. 뜨거운 물을 틀어 놓으니 에어가 빠지면서 드디어 따뜻한 물이 나왔습니다. 저는 형제님을 보면서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형제님은 제가 옆에서 지켜보니 문제가 쉽게 해결 된다면서 좋아하였습니다. 보일러를 교체하는데 순간순간 문제들이 생겼습니다. 공간이 협소해서 보일러를 넣은 작업도 힘들었습니다. 배관을 연결했는데 고무 파킹이 낡아서 새것으로 갈아야 했습니다. 배관이 짧아서 더 긴 것으로 교체 했습니다. 3시간 넘게 작업을 지켜보면서 매일 따뜻한 물을 사용할 수 있기 까지 수고하는 분들이 있음에 새삼 감사를 드렸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보라, 나 이제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리라. 예전의 것들은 이제 기억되지도 않고 마음에 떠오르지도 않으리라. 그러니 너희는 내가 창조하는 것을 대대로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새 하늘 과 새 땅은 눈에 보이는 시간과 장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던 마구간이 새 하늘과 새 땅입니다. 믿음으로 치유되었던 실로암 연못이 새 하늘과 새 땅입니다. 회개하고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온 둘째 아들이 새 하늘과 새 땅입니다.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었던 자캐오가 새 하늘과 새 땅입니다. 강도당한 이웃을 정성껏 돌보아 주었던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새 하늘과 새 땅입니다. 예수님의 발에 기름을 부어드리고, 정성껏 씻어 주었던 마리아가 새 하늘과 새 땅입니다. 뉴욕이든, 댈러스이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 수 있다면 그곳이 새 하늘 과 새 땅입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은 시간의 흐름 안에서 영원을 사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이라고 하겠습니다. 모든 주도권은 하느님께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순종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면 된다고 말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보다 명확하게 말씀을 하십니다. “가거라.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 그 사람은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이르신 말씀을 믿고 떠나갔다.” 왕실 관리가 한 일은 예수님을 만났고, 예수님께 청을 드린 것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시는 표징은 우리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영원을 사는 것이 아님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중심으로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을 믿고 한 주간 충실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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