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 독일의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 (1885~1977)는 90세 생일날 인터뷰에서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동경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단 하나의 정직한 성품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인간은 모든 것을 거짓으로 꾸밀 수 있다. 사랑을 가장할 수 있으며 거짓으로 예의를 차릴 수도 있다. 이기적인 동기에서 남을 돕기도 한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동경을 조작할 수는 없다. 인간이 동경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온통 화려하게 장식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다녀온 휴가나 여행은 가히 환상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인생 뒤에 그들이 감추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종종 궁금해진다. 어쩌면 그들의 인생은 그저 그럴지도 모른다. 휴가중에 남편과 아내는 줄곧 다투었을 수도 있지만 다른 이들 앞에서는 상대방을 칭찬하기 바쁘다. 겉으로는 한없이 다정해 보이지만 그 속사정은 다른 셈이다. 동경은 인생을 정직하게 바라보게 한다. 과장할 필요가 없다. 나의 경험이 얼마나 심오한지, 나의 내면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남에게 증명해 보일 필요가 없다. 나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성공할 때도 있고 간혹 실패를 맛보기도 한다. 예민하기도 하고 무디기도 하며, 정신적인 동시에 현실적이기도 한 나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나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나의 동경이 바로 이 삶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동경 안에 있는 나는 꾸미지 않는다. 동경이 존재하는 그곳에 진실한 삶이 있다. 그곳에서 나는 생명력을 얻으며 점점 커 가는 생명력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한다. Buch der Lebenskunst 「삶의 기술」 안셀름 그륀 지음/ 안톤 리히테나우어 엮음 -이온화 옮김/ 분도출판사 펴냄-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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