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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비와 지혜의 주님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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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3-18 조회수136 추천수6 반대(0) 신고

 

-“죄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주님 함께 계시오니, 두려울 것 없나이다.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 저에게 위안이 되나이다.”(시편23,4)

 

오늘 시편 화답송이 그대로 오늘 말씀을 요약합니다. 오늘 3월18일 다산 어른과 논어의 공자 말씀도 주님과 날로 더욱 가까이 하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막연한 그리움만 품으면서 정작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면, 

 그에 대한 마음이 식고 가라앉아 멀어질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다산

 

“산 앵두나무 꽃이 펄럴펄럭 나부끼네. 

그대 어찌 그립지 않겠소만, 그대 머무는 곳이 너무 머네.”

공자가 말했다, 

“생각하지 않는 것이지, 진정 생각한다면 어찌 먼 것이 있겠는가?”-논어

 

“가장 작은이들과 함께하라, 언제나!”

  (Be with the least, always!)

어제 교황님을 방문했던 어느 일행들에게 주신 교황님의 짧은 권고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복음의 핵심 진리이며 그대로 자비하신 하느님의 존재방식을 알려 주는 말씀입니다. 자비하신 하느님은 가장 작은이들과 함께 하십니다. 언제나! 바로 오늘 말씀에서도 그대로 입증됩니다. 

 

어제 수도형제가 공동카톡방에 올린 수도원 대문 뒤쪽에서 발견했다는 유인물의 차마 입에 올리기 거북한 저주의 거친 문구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간이 먼저 되라. 천벌 받는다”

“못되 쳐먹은 새끼들아 천벌 받는다”

이해하기 힘든 구절이나 이 또한 사순시기 정신 번쩍 들게 하는, 우리의 깊은 회개를 촉구하는 말마디로 알아 들었습니다. “사람이 먼저 되라”, 수도자, 사제, 신자이전에 “사람이 됨”은 기본이겠습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와 복음 말씀이 사람됨의 기본을 알려줍니다.

 

오늘 제1독서 다니엘서 13장은 다니엘이 죽음의 위기에 처한 수산나를 구하는 무려 63절까지 계속되는 참으로 긴 장입니다. 개신교 공동번역에는 생략되고 가톨릭 공동번역에만 나오는 외경에 속하는 다니엘서입니다. 여기서는 수산나가 고립무원의 외로운 처지의 가장 작은 자가 됩니다. 

 

반면 오늘 복음은 요한복음보다는 루카복음에 더 어울리는 감동적인 내용으로 복음의 핵심적 진리를 보여줍니다. 여기서는 간음하다 사로잡힌 여자가 고립무원의 죽음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여기서 혜성같이 등장한 주인공이 제1독서 다니엘과 복음의 예수님입니다. 이 두분은 참으로 사람됨의 모범을 보여 주면서 가장 작은 자들과 함께 하시는 자비하시고 지혜로우신 하느님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먼저 다니엘서에서 음욕에 빠져 수산나를 사지에 몰아넣은 사악한 두 원로를 응징하고 수산나를 구원하는 다니엘의 용기와 지혜로운 처신이 참 통쾌합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하느님은 다니엘을 통해 개입하신 것입니다. 사실 수산나의 간절한 기도가 하느님께 상달된 것이지요.

 

사실 수산나는 매우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주님을 경외하는 여인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들 사악한 원로의 흉계에 빠졌을 때도 하느님 앞에 죄를 짓느니 차라리 이들 손아귀에 걸려드는 편이 낫겠다하며 결연하게도 이들과의 타협을 거절합니다. 이런 절망적 상황속에서도 수산나는 눈물이 가득한 채 하늘을 우러러 보니 그대로 주님 향한 일편단심 사랑과 신뢰, 희망의 기도하는 눈길이요 이어지는 절박한 기도입니다.

 

“아, 영원하신 하느님! 당신께서는 감추어진 것을 아시고, 무슨 일이든 일어나기 전에 미리 다 아십니다...저는 이제 죽게 되었습니다.”

 

그순간 하느님께서는 다니엘이라는 아주 젊은 사람 안에 있는 거룩한 영을 깨우심으로 개입하심으로 두 원로는 가차없는 심판을 받았고, 수산나는 구원되어 살아나니 말그대로 구사일생, 천우신조입니다. 온 회중은 이구동성으로 당신께 희망을 두는 이들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간음하다 사로잡힌 여인이 살아나는 과정도 참으로 극적입니다. 정말 제1독서의 사악한 원로들처럼 간음하다 사로잡힌 여인을 예수님께 데려온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야 말로 정말 사악한 죄인들입니다. 예수님 빼놓고 정도의 차이일뿐 모두가 죄인들입니다. 이 여인과 함께 사면초가, 고립무원의 처지가 되버린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의 지극히 침착한 처신이 놀랍습니다. 예수님의 판단을 촉구하는 적대자들에 아랑곳 없이 침묵중에 묵묵히 땅위에 무엇인가 쓰시며 주위 사람들 모두의 흥분을 진정시키며 밖으로 향하던 눈길을 자기 내면으로 향하게 합니다. 이어 다음 말씀으로 기상천외한 반전이 이뤄지니 진정 천상 지혜의 계시입니다. 

 

“너희 가운데 죄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새삼 자비의 깊은 샘에서 솟아난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다니엘은 물론 예수님의 지혜는 그대로 자비하신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일반 사람들에게도 얼마나 많이 회자되는 말마디인지요! 그리고 나서 예수님은 다시 몸을 굽히시어 땅에 무엇인가 쓰시니, 침묵으로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지혜로운 처신이 놀랍습니다. 그동안 이 말씀을 들은 이들은 죄가 많은 나이 많은 이들로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하나씩 떠나가고 마침내 예수님과 여자만 남습니다. 

 

모두를 자발적 회개로 이끌어 모두를 살리는 자비하신 예수님의 구원의 지혜입니다. 이어지는 둘 사이의 대화도 깊은 가르침이자 깨우침이 됩니다. 참으로 자비하시고 지혜로우신 주님의 모습이 약여(躍如)합니다.

 

“여인아, 그자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단죄한 자가 아무도 없느냐?”

“선생님, 아무도 없습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주님도 단죄하지 않는데 누구 누구를 단죄합니까? 주님은 회개한 이들을 단죄하지 않고 그들의 과거는 불문에 붙이십니다. 오직 오늘 지금부터 새로운 시작의 삶이 중요할 뿐입니다. 그러니 넘어지면 즉시 회개하여 일어나 늘 새롭게 시작함이 지혜이자 구원의 첩경입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회개한 우리 모두를 자유롭게 하시고 살 힘과 지혜를 주십니다. 오늘 온 종일 되뇌고 싶은 화답송 시편 마직막 구절입니다.

 

“주님, 제 한평생 모든 날에, 

 은총과 자애만이 따르리니.

 저는 오래오래, 주님 집에 사오리다.”(시편23,6).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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