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사람들을 이 세상에서 끝까지 사랑하셨다고 복음은 얘기합니다.
그리고 끝까지 사랑하시는 표시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십니다.
그러니까 끝까지 사랑하신다는 것의 첫 번째 의미는
더러운 발까지 씻어주시는 사랑이고,
그 발로 도망칠 제자들의 죄까지 용서해주시는 사랑이며,
아무리 죄를 짓고 도망쳐도 포기치 않으시는 사랑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은 요한복음이고 그래서 성체성사를 세우신 얘기는 안 나옵니다.
대신 두 번째 독서에서 성체성사를 세우신 얘기를 바오로 사도가 전하는데
성체성사를 세우신 얘기는 요한복음엔 없지만 공관복음에는 모두 나오지요.
그러므로 끝까지 사랑하시는 또 하나의 표시가 바로 성체성사이고,
이때 끝까지 사랑하셨다고 함은 남김없이 다 바치는 사랑입니다.
주다 주다 더 줄 것이 없으니 목숨까지 다 내어주는 사랑입니다.
목숨까지 다 내어주시고 죽기까지 사랑하시는 사랑입니다.
그런데 성체성사는 남김없이 다 내어주는 사랑이지만
다른 한편 당신의 사랑을 남기시는 사랑입니다.
이 세상에서 목숨까지 남김없이 다 내어주시지만
당신이 돌아가신 뒤에도 남을 사랑의 표시입니다.
우리는 죽을 때 우리 사랑의 표시로 유언과 유산과 유물을 자식들에게 남기지만
주님께서는 당신 사랑이 당신이 돌아가시고 난 뒤에도 재현되도록,
곧 끝까지 계속되도록 성체성사를 남기신 겁니다.
그런데 재현되도록 그리고 끝까지 계속되도록 성체성사를 남기셨는데
그것이 우리 안에서 재현되지 않고 그래서 계속되지 않는다면
주님은 끝까지 사랑하셨어도 주님 사랑은 우리 안에서 끝까지 계속되지 않겠지요.
주님께서는 성체성사를 제자들을 위해서만 남기신 것이 아닙니다.
복음에서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이라고 하셨는데
그 사랑하시는 당신의 사람들에서 우리가 제외되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도 제자들처럼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주님의 사람들이라면
우리도 제자들처럼 그 주님의 사랑을 재현해야 할 것이고,
우리도 제자들처럼 주님 사랑을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여라.”
그런데 만일 우리가 끝까지 사랑하시는 사랑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나에게 주님 사랑은 끝까지 사랑하시는 사랑이 아니고,
끝까지 남는 사랑도 아니며 그야말로 끝난 사랑입니다.
기억과 기념은 주님의 사랑을 재현케 하는 것이고,
주님 사랑이 내 안에서 계속되게 하는 것일 뿐 아니라
우리가 주님의 사랑을 끝까지 사랑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나의 죄를 기억하는 것은 과거 지향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는 것은 미래 지향적인 것이고,
주님의 사랑이 내 안에서 끝나지 않고 미래에도 계속되게 하는 것입니다.
기억이 끝나는 순간 사랑도 끝나는 것입니다.
끝까지 사랑하시는 주님의 사랑도 끝납니다.
내일과 모레 강론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남은 성주간 잘 보내시고
부활 대축일에 기쁘게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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