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복음사가는 주님 부재시 제자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반대로 주님께서 제자들 가운데 현존하실 순간의 모습도 동시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후 부활하셨다는 소식이 제자단에 전해졌지만, 아직도 제자들은 긴가민가했습니다. 그저 누군가가 헛것을 봤겠지? 누군가가 만든 헛소문이겠지? 생각했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제 새로운 왕국에서의 물 좋은 자리에 대한 희망도 사라져버렸으니, 앞으로 살아갈 길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마음 저변의 표현을 베드로 사도가 대표해서 던졌습니다.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
다른 제자들도 동조해서 함께 밤 배를 탔습니다. 그러나 그 날따라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고기잡이라는 것이 참으로 희한하더군요. 잔뜩 챙겨서 낚시를 떠날 때는 얼굴에 화색이 만연합니다. 발걸음도 얼마나 가벼운지 모릅니다.
그러나 허탕치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얼마나 무거운지? 돌아 나오는 길은 또 얼마나 멀고 가파른지? 꽝치고 호숫가로 나오는 제자들의 모습이 그랬습니다. 우중충, 망연자실...
주님 부재시 우리들의 모습은 언제나 그러합니다. 인생의 가장 크고 중요한 의미가 사라져버렸으니, 우리네 삶에서 기대할 것이 그리 없습니다. 삶의 방향, 중심, 지주가 사라져버렸으니, 낙담과 절망, 무의미가 전부입니다.
반면에 주님께서 제자들 가운데 현존하시니, 그 얼마나 충만하고 화사한지 모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하셔서 던졌더니,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고기가 많이 잡혔습니다.
보십시오. 주님께서 우리 인생 여정에 현존하시니 즉시 상황은 급반전됩니다. 어둡고 음산하고 우중충했던 분위기는 즉시 밝고 화사한 분위기로 변화됩니다. 항상 목마르고 배고프고, 결핍 투성이였던 우리네 나날이었는데, 주님께서 함께 하시니, 즉시 풍성하고 충만한 모습으로 변화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