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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에 찔린 예수 화살에 꽂힌 신부
제2부 내맡김의 비법과 진리 10 내맡김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2010. 03. 17.
거룩한 내맡김의 영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완전히 내어 드리는 ‘맹세 수준의 굳은 결심’을 하느님 앞에 봉헌해 드리는 일이다.
즉, 앞으로 자신에게 주어질 일생을 내 뜻대로 살지 않고, 오로지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갈 것을 하느님 앞에 ‘서약하는 것’이다.
제의를 입지 않고 수도복도 입지 않고 단지, 자신의 ‘굳은 결심’을 입고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해 드리는 것이다. 개신교에서 즐겨 사용하는 단어 그대로, ‘헌신獻身’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룩한 내맡김’은 어떤 외적인 환경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누구나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에서 그대로 살아가며 굳은 결심만 봉헌해 드리면 된다.
자신의 ‘부족함과 허물’이 아무리 많다 해도 그것마저 봉헌해 드려야 한다.
그 부족함을 ‘완전함’으로 채우려 한다면 그야말로 그것은 ‘교만’, 그 자체다.
오히려 하느님은 우리의 부족함을, 허물을 더 원하신다. 자신의 부족함과 허물을 인정하는 ‘겸손’을 더 원하신다.
형식에도, 복장에도, 예절에도 그 어떤 외적 요인에도 구애를 받지 않는다. 혼자 스스로 하느님 앞에 굳은 결심을 봉헌해 드리기만 하면 된다.
‘헌신을 통한 봉헌’이다. 그것은 참으로 ‘거룩한 일’이다. 열려진 또 하나의 ‘성사聖事’다.
누구에게나 열려진 삼천년기를 살아가는 현대 신앙인들에게 참으로 적합한 영성이다.
정말 ‘신앙인답게 살아 보려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 ‘하느님께 내맡겨 드리는 영성’ 말이다.
그러나 ‘거룩한 내맡김’은 그 영성의 시작에 불과하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내맡겨 ‘하느님의 소유’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동안 자기 뜻대로 살아왔기에 정화되어야 할 많은 요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느님 앞에 서게 될 그날까지도 ‘끊임없는 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고의적인 죄’를 짓지 않을 굳은 결심을 봉헌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숨어 있던 결점이 더욱 드러나게 되며, 문득 죄에 떨어지기도 한다. 자기 꼬락서니가 어떤지 그 몰골이 더욱 밝게 드러난다.
성인聖人이 되는 길은 아마도 아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성인’은 벽돌 찍어 내듯 단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느님께 자신을 내맡겨 드리기 전과 내맡겨 드린 후의 삶은 정말 다르다. 참으로 다르다. 정말 스스로 신기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자신의 부족함과 결점과 죄와 잘못이 드러남에도, 그것들을 통하여 더욱 거룩함으로 이끌어 주시는 하느님께 진정으로 감사를 드리게 된다.
무엇보다 ‘겸손의 덕’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를 올리게 된다.
내맡기기 전에는, 거룩하게 살려는 많은 방법과 노력이 힘이 들고 어렵기만 했다. 거룩하게 산다는 것이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일로 여겨졌다. 거룩하게 사는 것은 특별히 선택된 성인에게만 해당되는 일로 생각했다.
내맡긴 후에는, 나의 모든 상황, 모든 조건을, 모든 꼬락서니를 그대로 기꺼이 인정하고, ‘모든 것에 대한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하느님께 돌려 드림에, 그것이 내가 이 세상을 사는 유일한 이유와 목적이 되었음에 엄청 기쁘고 행복하다.
그래서 남들이 “하느님께 내맡긴 사람들이 뭐 저래? 아직도 그 꼬락서니야!” 비웃을지라도, 때로는 마음이 답답하다 할지라도 자신이 ‘내맡김의 길’로 이미 접어들었고, 이제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나의 주인이 되어 주셨기에 점차로 당신의 뜻대로 이끌어 주실 것을 굳게 믿고 ‘겸손한 자신감’ 속에서 늘 기쁘게 살아가게 된다.
그럼에도 내맡김은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그 ‘시작’임을 결코 잊지 않는다.
동시에, 그 끝의 완성의 자리에서 기쁘게 나를 맞이해 주실 ‘하느님의 모습’을 가만히 그려 본다. 인간이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예수님을 있게끔 하셨던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님을!
성모님처럼, 마리아처럼 내맡겨 드리자!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http://cafe.daum.net/likeamaria (다음 "마리아처럼" 카페 바로가기) 이해욱 신부님의 책 <창에 찔린 예수, 화살에 꽂힌 신부> 가 출간 되었습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뜻을 벗어나지 않고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것이 정말 가능한 것일까요? 참으로 가능합니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맡기고 사는 것, 즉, <거룩한 내맡김 영성>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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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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