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책갈피의 코제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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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대군 | 작성일2024-04-25 | 조회수160 | 추천수0 | 반대(1) 신고 |
편의점에서 결혼을 하는 마냥 오늘도 편의점에 들려서 마실 것을 사고 여사장이나 여직원이 있을때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카드 결제기에 카드를 꽂는다. 이럴 때 결제기가 미끌어지지 않도록 판매자가 살짝 손을 얹어 준다. 이러할 때 물건 값이 얼마라고 나지막하게 말을 하면 난 “예”하고 부드럽게 말을 해준다. 이것이 바로 결혼식장에서 신부와 신랑이 마주서서 반지를 껴주고 대답하는 일종의 행위와 별 차이가 없다. 하여튼 판매자와 사려는 자는 같이 서서 약간의 고개를 숙이고 부드러운 말을 쓰는 것이 좋다. 어떤 판매자는 누르는 손가락의 손톱을 아주 잘 다듬어서 예쁘게 하는 매력을 뽐낼 때도 있다. 어떨때는 서로 이러한 생각이 일치가 되면 미소를 짓기도 한다, 또한 어떤 판매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얼른 다른 곳으로 간다. 손님을 싫어하면 아예 카드기가 움직이지 않도록 손을 내밀지도 아니하고 둘이서 마주 서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다. 하여튼 열심히 일하면서 자기의 기쁨을 서로 나누는 것이 좋다. 일에 재미가 있게 된다. 오늘은 몇 번을 결혼했는가? 그리고 나는 몇 번이나 “예”라는 말을 했을까? 내미어진 예쁜 손가락에 몇 번의 반지를 끼워주었나? 이것도 손님이 밀릴 때면 이런 생각도 할 겨를이 없다. 책갈피의 코제트를 찾고자 이곳저곳을 넘겨보았으나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던중 아주 민감하게 작동하는 나의 뇌리에서 책은 저절로 펼쳐지며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난 그것이 책갈피의 코제트인지 모르고 손가락으로 그것을 집어본다. 어떻게 똑 같은 질퍽한 곳에서 숨어 있었는지를 간과하고서라도 책 또한 반응하는 이상한 코제트를 오늘에서야 알았다. 비질을 하는 코제트, 자기보다 덩치가 큰 빗자루. 그러면 코제트는 주인공을 만나려는지 화려한 모습으로 얼굴을 내민다. 책이 쫘악 펼쳐진다. 나는 어쩌면 책을 읽기보다 코제트와 놀고 있는지도 모른다. 곰팡이 곰팡이하다가 책갈피는 첩첩 홍해바다 가르듯이 양쪽으로 벌어지며 닫혔던 문이 열린다. 마른 땅은 홍해 바다라서 그런지 주황색 빛을 띤다. 책은 말한다. “책갈피는 나를 쉽게 발견하려는 숨결이에요. 나를 사랑해 주세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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