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정 센터 내에 휑한 공간이 있어, 어쩔까 고민하다가 예쁜 꽃나무 묘목을 몇 그루 사다가 심었습니다. 묘목을 구하기 위해 꽤 발품을 팔았습니다. 이리저리 시장을 다니던 중 제 눈길을 확 끄는 친구들이어서 제가 직접 선택했습니다. 뿐만아니라 제가 직접 자리도 고르고 구덩이도 파고 식재를 했습니다. 거름도 넉넉히 주고 매일 물을 주고 있습니다. 피정 센터 내에 수많은 나무들이 있지만, 제가 직접 선택하고 심은 나무이기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더 큰 관심과 애정을 건네고 있습니다. 며칠전 깜짝 놀랄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심은지 불과 한달 밖에 지나지 않은 어린 묘목이었는데, 봄비가 흠뻑 내리고 난 다음날 아침 지나가면서 보니, 세상에 그 여린 줄기에 벌써 초록빛 이파리들이 새록새록 돋아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죽지 않고 살아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여리디 여린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오가시는 피정객들에게 늘 자랑하고 있습니다. 저 예쁜 묘목 보이죠? 제가 사 와서 제가 심은 나무랍니다. 정말 예쁘죠? 아마도 우리를 손수 창조하시고, 우리에게 생명의 숨결을 불어 넣어주신 우리의 주님도 똑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아마도 그분 눈에 우리 각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사랑스러운 존재일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존재가 바로 우리 각자일 것입니다. 이런 우리 주님의 마음이 오늘 요한 복음에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 보십시오. 우리 주님의 기쁨이 우리 각자 안에 있답니다. 보잘것없는 죄인인 우리, 내세울 것 하나 없는 한심한 우리 각자이지만, 주님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쁨이랍니다. 세파에 지쳐 쓰러질 때마다,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고 배신당할 때마다,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나를 배신해도 주님만은 언제나 내 편이라는 것을. 오늘 내 삶이 아무리 비참하고 부끄럽다 해도 나란 존재 자체가 주님께 기쁨이라는 진리를.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