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제6주간 월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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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4-05-05 | 조회수499 | 추천수7 | 반대(0) |
댈러스에 있으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제가 속한 서울대교구의 ‘경조사’에 함께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손희송 베네딕토 주교님은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님으로 있다가, 의정부교구 교구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지난 4월 4일에 송별미사가 있었는데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손 주교님은 1993년부터 1994년까지 용산 성당에서 함께 지냈습니다. 신부님은 본당신부였고, 저는 보좌신부였습니다. 온화하고, 합리적인 신부님께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는 교구청에서 함께 지냈습니다. 주교님은 사목국장 사제로 있다가, 2015년에 서울대교구 보좌주교가 되었고, 2024년에는 의정부교구 교구장이 되었습니다. 주교님은 제가 미주가톨릭평화신문 지사장과 댈러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에서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온화하고, 합리적인 주교님께서 의정부교구의 교구장으로서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드러내시리라 생각합니다. 송별미사에 함께 하면서 아쉬움을 나누고, 축하의 인사를 드리지 못했지만 멀리서나마 기도를 드렸습니다. 지난 4월 16일에는 이홍근 스테파노 신부님의 장례미사가 있었습니다. 신부님은 1983년 신학교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2학년이었고, 신부님은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5학년이었습니다. 신부님은 자치회 간부를 맡았습니다. 후배들에게는 엄격하였지만, 성소에 대해 고민하는 후배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었습니다. 신부님과 함께 본당에서 지낸 경험은 없지만 사제의 맛과 멋을 아는 신부님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사제의 맛은 무엇일까요?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사제입니다. 교우들을 위해서 헌신하는 사제입니다. 동료 사제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제입니다.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한 사제입니다. 이런 사제가 사제의 맛을 아는 것입니다. 사제의 멋은 무엇일까요? 세상의 것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사는 것입니다. 신부님은 두 번이나 춘천교구의 공소사목을 지원하였습니다. 최민순 신부님의 ‘두메꽃’이라는 시처럼 주님만 아신다면, 해님만 아신다면 시골의 공소에서도 기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사제가 사제의 멋을 아는 것입니다. 신부님의 장례미사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멀리서나마 천상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시기를 기도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티아티라 시 출신의 자색 옷감 장수로 이미 하느님을 섬기는 이였던 리디아라는 여자도 듣고 있었는데, 바오로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도록 하느님께서 그의 마음을 열어 주셨다. 리디아는 온 집안과 함께 세례를 받고 나서, ‘저를 주님의 신자로 여기시면 저의 집에 오셔서 지내십시오.’하고 청하며 우리에게 강권하였다.” 바오로 사도는 신자로서 맛과 멋을 아는 리디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리디아는 세례를 받기 전에도 하느님을 알았고, 세례를 받은 후에는 더욱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였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이방인의 도시에서 공동체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신앙인으로서 맛과 멋을 아는 신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본당에서 그런 교우들을 자주 만났습니다. 드러나지 않게 숨은 곳에서 봉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지난번 성지순례 때도 그런 분들을 보았습니다. 키레네 사람 시몬처럼 힘들어 하는 분들의 짐을 들어주는 분이 있었습니다. 베로니카처럼 지친 분들의 땀을 닦아 드리는 분이 있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맛과 멋을 아는 분들이 함께 했기에 은혜로운 성지순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에게서 너희에게로 보낼 보호자, 곧 아버지에게서 나오시는 진리의 영이 오시면, 그분께서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 사제로서의 맛과 멋을 아는 사제들이 예수님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신앙인으로서의 맛과 멋을 아는 교우들이 예수님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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