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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7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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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5-15 조회수202 추천수4 반대(0) 신고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요한 17,11ㄷ-19 “이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악에서 지켜 주십사고 빕니다.“

 

 

 

 

엊그제 월요일 복음에서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라는 승리 선언을 통해 당신을 따른다는 이유로 세상에서 박해를 받게 될 제자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신 예수님이, 오늘은 세상에 당신 없이 홀로 남겨질 제자들을 위해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를 드리십니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는 그 기도의 내용이 2%, 아니 20% 정도 아쉬운게 사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고통과 시련의 과정을 다 마치시고 승천하시어 하느님 아버지와 함께 영광과 기쁨을 누리실 것이지만, 세상에 남겨진 우리는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그 날까지 주님 때문에 그리고 신앙 때문에 힘들고 괴로운 일들을 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기왕 그런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해 주실 거라면, 하느님께서 당신의 놀라운 권능으로 우리 앞에 놓인 시련과 고통을 없애주시기를 청하시거나, 혹은 우리가 힘겨운 이 세상살이에서 어서 벗어나 하느님 나라에 바로 들어갈 수 있게 해 주시기를 청하시면 좋겠는데, 그저 우리를 ‘악에서 지켜주시라’고만 청하시니 그런 주님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물론 주님의 도우심과 보호를 바라는 인간적인 마음으로는 우리에 대한 그분의 처분이 아쉽고 서운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고생하지 않게, 슬픔과 아픔을 겪지 않게 지켜주고 싶은게 당연할텐데,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신다고 하면서 그렇게는 해주시지 않으니 실망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꽃길만 걷게” 해 주시지 않는 것은 우리를 사랑하지 않으셔서가 아닙니다. 또한 우리를 미워하고 배척하는 세상 한가운데에 그대로 남겨두시는 것은 우리를 무책임하게 방치하시는게 아닙니다. 당신을 믿고 따르는 우리를 사랑하시는만큼 아직 당신을 알지 못하는 다른 이들도 사랑하시기에, 사람이라는 피조물이 잘되기를 바라시는만큼 아버지께서 창조하신 다른 모든 존재들과 이 세상 전체가 잘 되기를, 아버지의 뜻에 따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 완성에 이르기를 바라시기에, 당신을 도와 그 일을 함께 해달라고 우리를 부르시는 것이지요.

 

우리는 아무 의미없이 무기력하게 희생당하는 ‘총알받이’가 아닙니다.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그 누구도 멸망에 이르도록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십니다.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멸망하도록 정해진 자” 즉, 유다 이스카리옷 말고는 주님과 함께 하는 그 누구도 멸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멸망하도록 정해진”이라는 말씀은 유다의 운명이 애초에 예수님을 배반하고 멸망하도록 정해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유다의 배반이라는 부정적인 상황 마저도 극복하시고 당신 뜻을 이루신다는 의미지요. 예수님을 배신한 것은 전적으로 유다가 자유의지로 선택한 일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불신하여 자기 스스로 그분과의 관계를 끊어버렸으니, 거기에 따르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진 것일 뿐이지요. 유다처럼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불신하지 않는다면, 유다처럼 자기가 먼저 포기하고 절망하여 자신을 붙잡고 계신 주님의 손을 뿌리치지 않는다면, 주님은 그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우리를 지켜주시고 보호하시며 구원으로 이끄실 것입니다.

 

그리스도 신앙인은 주님께서 알려주신 그 길을 걸어가는 이들입니다. 그 길은 재물과 성공을 중시하는 세상 사람들에게는 좁고 험한 가시밭길로 보이지요. 그래서 폭도 넓고 가기 쉬우며 편해보이는 길을 따라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께서 보여주신 구원의 진리를 통해 그 길의 끝에 멸망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세상에 속한 이들”처럼 그 멸망의 행렬에 동참해서는 안되겠지요. 어렵고 힘들어도 “주님께 속한 사람”이 되어 그분께서 가시는 ‘구원의 행렬’에 동참해야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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