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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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5-31 | 조회수218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루카 1,39-56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오늘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축일’입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신 후, 친척이자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인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복음에서는 마치 옆동네를 방문한 것처럼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지만, 마리아가 계시던 나자렛에서 엘리사벳이 머물던 아인카림까지는 130킬로미터가 넘는 대단히 먼 거리였습니다. 차로 움직여도 3시간 이상 걸리고, 걸어서는 사나흘이 걸리는, 더구나 중간에 산봉우리를 넘어야 하는 험난한 길이었지요. 아직 나이 어린 소녀였던, 게다가 홀몸이 아니었던 마리아에게는 무척이나 힘든 여정이었을 것입니다.
임신을 해보신 자매님들이라면 임신 초기가 얼마나 예민하고 부담스러우며 힘든 시기인지 잘 아실 것입니다. 내 안에 새 생명을 잉태하게 되면서 몸이 혼자살던 습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명을 기르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대대적인 재조정과 변화의 과정을 겪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평생동안 지녀왔던, 그래서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한 삶의 모습을 버리고 힘들고 괴로운 변화를 겪어내야 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 과정에는 입덧, 메스꺼움, 변비, 울렁증, 신경과민, 심하면 우울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어려움들이 따릅니다.
임신 초기였던 마리아도 그런 증상들을 겪었을 것입니다. 그 고충이 여간 큰 것이 아니었을텐데, 그런 몸으로 나이든 사촌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아직 엄마가 될 준비도 채 갖추지 못한 어린 나이에 그것도 처녀의 몸으로 ‘임신부’가 된 힘든 상황 때문에 조언을 구할 사람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할머니’의 몸으로 임신부가 된 친척 엘리사벳이라면 그런 자신의 고충을 이해해주고, 이 난관을 앞으로 어떻게 잘 헤쳐나갈지 충고해 줄 거라고 기대했겠지요. 중요한 것은 마리아가 자기도 힘든 상황에서 무려 석 달을 엘리사벳의 집에서 함께 지내며 그녀를 돌보아주었다는 것입니다.
보통 여자가 임신을 하면 가장 편한 곳을 찾아가 안정을 취하고 싶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친정 어머니를 찾고, 어떤 사람은 집 안에만 머무르며 안정을 취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리아는 전체 임신기간 중에 가장 힘들고 민감한 그 시기 동안, 자기보다 더 힘든 처지에 있는 친척 엘리사벳을 위해 봉사했던 것입니다. 그럴 수 있었던 내적인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오늘 복음의 중간에 있는 ‘성모의 노래’를 보면 그 힘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앞날에 어떤 위기가 닥쳐올지,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일들이 생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두려운 상황에서 마리아는 원망의 노래가 아닌 감사의 노래를, 투정의 노래가 아닌 찬미의 노래를, 절망의 노래가 아닌 희망의 노래를 부릅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셨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닌 능력이 보잘 것 없어도, 내가 처한 상황이 어렵고 힘들어도 전능하신 하느님이라면 부족한 나를 통해 당신의 큰 뜻을 이루시리라고 굳게 믿으셨기에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내 몸 하나 챙기기도 힘든 상황에서 사랑과 선행을 실천하여 친척 엘리사벳을 따스하게 보살피셨고, 엘리사벳 안에서 큰 기적을 일으키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셨으며, 하느님의 섭리와 계획이 자신 안에서 이루실 놀라운 일을 기대하며 하느님을 찬미하실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성모 마리아와 같은 마음을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어렵고 힘들어도, 앞날이 어찌될지 몰라 두렵고 막막해도,그런 내 처지를 비관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이, 나를 사랑하시는 그분의 뜻이 내 안에서 이루어질 것을 굳게 믿으며 적극적으로 사랑과 선행을 실천하고 내 이웃을 따스하게 보살핀다면, 그들 안에서 그리고 내 안에서 놀라운 일을 이루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알아보고 진정으로 기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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