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재미있게 살 때의 일입니다. 자유롭게 외출 외박을 못 나가던 아이들이었는데, 주간 생활 태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아이들은 신부 수사들과 동반 외출이 가능했습니다. 저는 주일 점심 식사를 끝내고 나면 습관처럼 가벼운 옷차림으로 아이들 서너 명과 길을 나서곤 했습니다. 너무 많이 데려가면 집단 이탈 가능성이 많은지라, 딱 서너 명만 데리고 나갔습니다. 외출 나가기 전날부터 제 머릿속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을 어떻게 기쁘게 해줄 것인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어딜까? 영화관? 피시방? 오락실? 노래방? 간식으로는 뭘 사줄까? 피자? 통닭? 아이스크림? 대여섯 시간 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머릿속에 좋은 추억의 사진 한 장 남겨줄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아마 세상의 모든 부모들도 비슷한 마음이겠지요.0 보십시오. 세상 부족한 저희 같은 사람도 누군가에게 좋을 것을 주기 위해 그토록 애를 쓰는데, 선하신 주님께서는 오죽 하시겠습니까? 틈만 나면 우리에게 좋은 것을 선물로 주시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시고, 백방으로 노력하시는 분이 바로 우리의 주님이십니다.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마태 6,8) 따라서 너무 이것 해주세요, 저것 해주세요, 하고 졸라대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 어련히 생각하고 계시고, 최상의 것을 우리에게 주시려고 준비하고 계시는데, 너무 걱정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저 주님께서 다 알아서 하실텐데, 그분의 관대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굳게 믿으며 ‘주님께서 주시는 것이니, 그 어떤 것도 좋습니다.’ 하면서 모든 것을 기쁘게 받아들여야 하겠습니다. 기도할 때도 너무 지향에 목숨 걸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분께서 어련히 알아서 좋은 것을 주실 것이니, ‘당신 뜻에 맡깁니다!’하고 외치며 남은 하루하루를 기쁘게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저는 요즘 묵주기도 때 특별한 지향을 두지 않고 바치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시간에, 좋으신 어머니 성모님과 함께 좋으신 아들 예수님의 인류 구원 사업의 여정을 묵상하는 마음으로 바칩니다. 좋은 시간, 좋은 분들과 산책하는 마음으로 묵주기도를 바칩니다. 의무감에서 숙제처럼 바치지 않으니,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 모릅니다. “하느님을 바라보고, 그분께서 여러분 자신을 바라보게 하십시오. 이것이 바로 아주 아름다운 기도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