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수철 신부님_경청, 회개, 그리고 믿음의 여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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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4-07-16 | 조회수139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무신불립(無信不立)”
“오늘 너희는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 마음을 무디게 가지지 마라.”(시편95;7.8)
오늘 복음 환호송 시편입니다. 경청에 따른 회개요 믿음의 성장입니다. 어제 교황님이 방문하신 수녀님들에게 강조한 두 핵심요소가 “아름다움과 단순성”입니다.
“오늘날 세상안 구체적 환경속에서 그리스도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발산하는 것은 여러분에게 달려있다. 그리고 피상적인 것을 떨쳐버리고,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고 선택하라. 단순성이다. 날마다 복음 안에서 빛나는 하느님 사랑의 단순성에 의해 형성되도록 하라.”
단순할 때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말도 있듯이 아름다움이 우리를 감동케하고 정화하고 치유합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며 교황님은 성소를 위한 기도를 강조하셨습니다.
“기도하라, 기도하라! 그리고 양성(formation)에, 좋은 양성에 집중하라!”
기도가 답입니다. 두려움에 대한, 회개에 대한, 믿음에 대한 답도 기도에 달려 있습니다. 기도해야 회개에 믿음이요 두려움도 약화됩니다. 기도와 함께 가는 회개요 믿음입니다. 참 좋은 믿음의 사람들은 하느님을 닮아 아름답고 단순합니다. 다산의 말씀도 믿음의 어른들에게, 특히 믿음의 상담가에게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어른은 독촉하듯 뒤에서 밀지 않고, 응원하듯 앞에서 끄는 존재다.”<다산>
어제 면담고백성사를 봤던 분이 생각납니다. 나름대로 60-70평생 험하고 어려운 삶을 살아왔고 지금도 끝이 보이지 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생각하면 절로 연민의 마음 가득해지기 마련입니다. 많은 분들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속에서 살아갑니다. “신부님, 한 번 안아주세요!” 어제 면담고백성사를 마치며 청했던 60대 후반 자매의 ‘외롭고 힘든’ 마음을 환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수없이 생미사나 연미사를 봉헌하다보면 참 다양한 사연에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인간 사회 현실인지 실감하게 됩니다.
오늘 제1독서 이사야서 말씀이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의 우리에게도 위안이 되고 용기를 줍니다. 아람 연합군이 에프라임에 진주하였다는 소식에 숲의 나무들이 바람 앞에 떨 듯 임금의 마음과 그 백성의 마음이 떨렸다 합니다. 예나 이제나 두려움 앞에서는 똑같이 불안해 하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의 전달을 받아 아하즈 임금을 격려하는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은 그대로 오늘의 우리에게도 힘이 됩니다.
“진정하고 안심하여라. 두려워하지 마라. 르친과 아람, 그리고 르말야의 아들이, 격분을 터뜨린다 하여도, 이 둘은 타고 남아, 연기만 나는 장작 끄트머리에 지나지 않으니, 네 마음이 약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마디는 성서에 가장 많이 나올 것입니다. 무려 365회 나온다니 예나 이제나 두려움 속에 포위되어 사는 사람들에게 주님은 1년 365일 날마다 ‘두려워하지 마라’ 격려하십니다. 수도원 십자로 중앙 늘 거기 그 자리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환대하는 예수성심상 바위판에 새겨진 주님의 말씀도 수도원을 찾는 이들을 격려합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예수성심상 앞을 지날 때 마다 잠시 멈춰, ‘슬퍼하는 이들에게 위로를, 불안해 하는 이들에게 평화를, 아파하는 이들에게 치유를’ 청하는 기도를 바치곤 합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주님의 위로와 평화와 치유를 찾아 수도원에 옵니다. 오늘 이사야서 마지막 말씀은 평생 마음 깊이 새기고 지나야 할 말씀입니다.
“너희가 믿지 않으면, 정녕 서 있지 못하리라.” (Unless your faith is firm, you shall not be firm!)
‘믿다’ ‘서있다’ 동사는 같은 동사 히브리어 ‘아만(aman)’의 두형태로 ‘견고하다’ ‘확고하다’는 뜻이고 ‘아멘’도 같은 어근에서 나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무신불립(無信不立)입니다. 믿음이 없으면 서지 못합니다. 사상누각(沙上樓閣) 모래 위의 집처럼 허약하여 곧 무너집니다. 반석같은 믿음 위에 인생집을 짓는 영원한 현재진행형의 믿음의 삶은 필수이며, 이런 믿음으로, 믿음을 위해 날마다 쓰는 제 강론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불행 선언의 대상이 된 세 도시의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바로 이 세도시의 사람들은 믿음이 없었습니다. 믿음이 없었기에 주님의 말씀을 귀기울여 경청하지 않았고 주님의 기적에 회개로 응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대로 오늘 우리의 반복되는 불행한 현실의 모습입니다.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불행하여라, 너 벳사이다야! 너희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티로와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며느 그들은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했을 것이다. 너, 가파르나움아, 너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소돔에서 일어났더라면, 그 고을은 오늘까지 남아있을 것이다.”
회개를 위한 충격요법적 표현입니다. 무신불립의 세 도시들입니다. 이들이 믿음이 있었더라면 주님의 기적에 응답하여 마음을 열어 경청하고 회개하였을 것이며 믿음도 더불어 견고해졌을 것입니다. 경청과 회개와 믿음은 함께 갑니다. 언젠가의 갑작스런 경청도, 회개도, 믿음도 없습니다. 말그대로 평생 경청의 여정에, 회개의 여정에, 믿음의 여정에 충실하는 길뿐입니다. 새삼 경청의 선택, 훈련, 습관을, 회개의 선택, 훈련, 습관을, 믿음의 선택, 훈련, 습관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믿음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유비무환의 진리입니다. 그리하여 경청과 회개 와 믿음의 반석같은 삶을 위해 평생 날마다 끊임없이 찬미와 감사의 시편성무일도와 미사 공동전례를 바치며 믿음을 비축해가는 여기 수도자들입니다.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의 경청과 회개, 믿음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너희가 믿지 않으면, 정녕 서 있지 못하리라.”(이사7,9ㄴ).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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