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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야고보 사도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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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25 조회수56 추천수5 반대(0) 신고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마태 20,20-28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

 

 

 

 

오늘 복음을 보면 한 여인이 자기 아들들을 위해 예수님께 일종의 ‘청탁’을 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녀의 이름은 ‘살로메’로서,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하시는 동안 그분 일행을 물적으로 지원하고 복음선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중을 들었던 인물입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십자가 아래에서 그분과 함께 있었을 정도로 그분께 대한 신심이 깊었던 사람이기도 하지요. 그랬기에 자기 아들들이 그분께서 이룩하실 새로운 세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영광을 누리기를 바랬을 겁니다. 그런 순수한 원의 자체는 잘못이 아닙니다. 다만 그녀가 기대했던 영광이 세상의 통치자들처럼 백성 위에 군림하고 세도를 부리는 모습이었다는게 아쉬운 부분이지요. 그런데 살로메 뿐만 아니라 예수님을 따르던 다른 제자들도 그런 영광을 누리기를 바랐다는 사실이 어머니를 통해 그런 청탁을 넣은 두 형제를 불쾌하게 여기는 모습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공생활을 거의 마무리해가는 시점에서, 이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죽음을 맞으셔야 하는 엄숙하고도 진지한 순간에, 예수님을 따르는 핵심 제자라는 사람들이 더 높은 자리에 오르겠다고 더 큰 권력을 누리겠다고 다투기나 하고 있으니 그 모습을 지켜보시는 예수님의 심정이 얼마나 착잡하고 마음 아팠을지 짐작이 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런 인간적인 실망을 뒤로 하시고 그들을 다시 가르치십니다. 당신을 따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이들은 세상의 법칙이 아니라 하늘나라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고,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다른 이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첫째가 되려는 이는 종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늘나라는 고만고만한 이들이 높고 낮음을 따져가며 ‘도토리 키재기’를 하여 영광을 쟁취하는 곳이 아니라, 모두가 하느님 안에서 참된 일치를 이룸으로써 그분께서 누리시는 영광과 행복을 함께 누리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나라에서 누리는 참된 영광은 그저 누리고 싶다고 욕망한다고 해서 얻어지는게 아니라, 그 영광에 이르기 위한 과정인 고통과 시련마저 기꺼이 받아들일 때에야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오늘 기념하는 야고보 성인도 그 때까지는 그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는 예수님의 질문에 냉큼 ‘할 수 있다’고 대답했지요. 그 대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나중에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승천하신 후 예루살렘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반대자들의 손에 붙들려 사도 중에는 처음으로 순교하시게 되었을 때, 비로소 주님께서 드신 ‘고통의 잔’이 얼마나 쓰고 괴로우며 아픈 것이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분의 뒤를 따른다는 것은 그저 그분의 능력과 힘을 등에 업고 영광을 누리는 게 아니라, 그분과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로써 그분께서 겪으신 고통과 시련 심지어 죽음마저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 야고보 성인의 깨달음과 순명이 순교라는 ‘싹’을 틔웠고 그것이 열매를 맺어 오늘날 스페인의 수호성인으로써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지요. 또한 야고보 성인이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선교하기 위해 걸으셨던 길은 수많은 구도자들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되었습니다. 그런 야고보 성인을 기념하는 오늘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드신 고통의 잔을 마실 용기와 의지가 나에게 있는지, 두렵고 떨리지만 용기를 내어 기꺼이 그 잔을 손에 든다면 주님께서 그 잔을 마실 힘을 나에게 주실 겁니다. 또한 하느님 아버지께서 그 잔을 마신 이들에게 주시기로 정하신 영광과 기쁨이 나에게 선물로 주어질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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