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반영억 신부님_「부르심은 자격이고, 응답은 능력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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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4-09-10 | 조회수117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저는 가끔 저의 신상에 대해 생각합니다. 신부가 아니었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죄와 허물이 많은, 뛰어난 능력도 없고, 잘난 것이 없는데… 그럼에도 주님께서 도구로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한편 감사하고 새 힘을 얻게 됩니다. 그분의 자비가 크시다는 것을 새삼 일깨웁니다. 나를 고집하지 않고 주님께 의탁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인정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산에 들어가 밤을 새우며 기도하시고(루카6,12) 제자들을 선택하셨는데, 그중에는 야고보와 요한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을 천둥의 아들이라고 부를 정도로 격정적인 성품을 지녔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은총에 의해 온화해질 것입니다. 겁이 많은 필립보와 바르톨로메오, 조용하고 성실한 사람입니다. 성격이 우울하고 회의적인 토마스도 있습니다. 세리 마태오와 열혈당원 시몬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들은 일제강점기의 독립군과 친일파로 비유할 수 있는 사이입니다. 그리고 후에 배반자가 된 유다 이스카리옷도 있었습니다. 사도들 가운데에도 배교자가 있었습니다. 뽑힌 이들 조차도 합당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중요한 일이기에 밤을 새워 기도하시고 뽑은 결과입니다.
저 같으면 그들은 쏙 빼놓았을 텐데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선택하여 부르시고 당신의 대리자로 지정하셨습니다. 정말이지 예수님의 품이 아니라면 도저히 그 자리에 함께 있지 못할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기준과는 전혀 다르십니다. 남들보다 많이 알아서 스승이 아니라 품이 커서 스승입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특별히 기도하신 예수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주님은 뽑은 이들에게 당신의 능력을 주셨습니다.
꼴 보기 싫은 사람들을 옆에 두고 속 끓일 일을 생각해 보십시오. 밥맛 떨어지고 꿈에 나타날까 두렵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많은 허물과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부르셨습니다. 그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이 자격입니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응답한다면 주님의 능력이 함께하는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의 자비가 없다면 어떻게 감히 저 같은 죄인이 주님의 일을 하겠습니까? 주님의 크신 자비가 저를 지탱하게 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제들도 다양성을 가지고 공동체를 이룹니다. 예수님은 다양한 사제들을 일치하게 하는 끈입니다. 주님께서는 악 안에서도 선을 끌어내시는 분입니다.
예수님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예수님께는 모두를 껴안을 수 있는 큰 품과 온유함이 있었고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능력의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언제나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신 것만 말하고 아버지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하셨습니다(요한 8,28-29). 거기에서 기적의 힘이 나왔습니다. 기적의 힘은 사람의 유능이 아니라, 철저한 무능, 온전한 의탁에서 샘처럼 솟아나는 것입니다. "사막의 오아시스는 광고를 하지 않아도 온갖 살아있는 것들이 모여듭니다. 거기에 생명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로 사람들이 모여든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일상 안에서 매 순간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그리고 우리의 응답은 곧 능력입니다.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주님께서 몸소 다 채워주실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이 필요로 할 때 우리에게도 언제든지 당신의 능력을 주시고 우리를 도구 삼아 일하십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그분의 부르심에 기쁘게 응답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수님처럼 기도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불러 악령들을 제어하는 권능을 주시어 그것들을 쫓아내고 병자와 허약한 사람들을 모두 고쳐 주게 하셨다”(마태10,1).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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