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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반영억 신부님_십자가에서 사랑을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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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9-14 조회수65 추천수2 반대(0) 신고

 

“너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모세는 구리 뱀을 만들어 그것을 기둥에 달아 놓았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민수 21,8-9). 쳐다본 사람과 ‘봐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지 않은 사람과의 운명은 분명히 다릅니다. 믿음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말씀대로 행함으로써 생명을 얻는 것입니다. 생명을 얻는 방법을 알려 주었으면 단순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마태16,24).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마태10,38).고 하셨습니다. 사실 “십자가를 질질 끌고 가는 것보다 차라리 짊어지는 것이 가볍습니다”(성 아우구스띠노). 그러니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지십시오. 그리고 믿음으로 십자가를 바라보십시오. 구리 뱀을 쳐다본 사람들이 살았듯이 영원한 생명을 살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십자가가 아니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십자가라고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곳곳에서 십자가를 볼 수 있고 또 몸에도 지니고 다닙니다. 그러나 그 십자가에 담긴 주님의 사랑을 일깨우고 십자가를 지겠다는 고백을 못 한다면 그 십자가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십자가가 점점 더 화려해지고 상품화되는 현실에서 나를 정화하고 성숙시키는 은총의 십자가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십자가의 승리를 이루신 분입니다. 그러므로 영광에 앞서 반드시 십자가를 져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십자가는 내 눈과 가슴에만 있을 뿐만 아니라 내 안에서 생생하게 생활하고 있어야 합니다. 내가 만일 생활 안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자가 된다면 그분은 분명히 나를 부활시켜줄 것입니다”(성녀 벨라뎃다). 힘겹고 고달픈 십자가의 길이지만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미리 깨닫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사랑을 봐야 합니다.

 

많은 경우 ‘왜 나만 십자가를 져야 하느냐? 고 하소연합니다. 왜 나는 이런 무거운 십자가를 감당해야 하느냐고 투덜댑니다. 그러나 그 투덜거림 속에서 십자가는 더 무거워 집니다. “십자가의 길에서는 언제나 첫발이 중요합니다. 십자가를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우리에게 더 큰 십자가가 됩니다. 첫 발을 예수님께 맡기십시오”(성 요한 비안네).

 

사람마다 져야 하는 십자가는 다르지만, 모두가 자기의 십자가가 있습니다. 가난이 십자가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큰 부가 십자가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는 자녀, 남편, 아내, 동료가, 공동체의 일원, 장상이 장애물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격, 언어의 습관, 주변의 환경이 십자가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님께서는 그 십자가를 통해서 나를 다듬고, 겸손하게 하고, 기도하게 하고, 마침내 내가 취할 길을 발견하게 하고, 가야 할 길에 용기를 얻게 해주십니다. 따라서 십자가를 피할 것이 아니라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질 수 있는 은총을 구해야 합니다. 십자가 안에서 사랑을 보십시오. 십자가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함으로써 십자가를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십자가가 어디서 오는지 아예 생각하지 마십시오! 언제나 하느님으로부터 옵니다. 십자가는 언제나 하느님께서 우리의 사랑을 당신에게 증거하는 방법으로 주시는 것입니다”(성 요한 비안네). 십자가는 우리 모두의 교과서입니다. 십자가는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구원의 도구임이 틀림없습니다. 십자가 현양 축일에 사랑의 십자가를 제대로 바라보길 바랍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는 말씀은 우리에게 큰 기쁨과 희망을 안겨줍니다. 특별히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에는 우리를 무조건 살리고 싶어 하는 하느님의 구원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의 구리뱀을 바라보기만 하면 무조건 살았듯이 우리도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기만 하면 무조건 살 수 있게 해주고 싶어 하시는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에 감사합니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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