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12,15)
오늘은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한가위, 추석 명절입니다. 한가위 명절을 맞아 모든 분에게 주님의 풍성한 축복이 내리길 바라면서 인사드립니다. 물론 수도원 문화도 예전과 달리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데, 그 한 가지가 바로 명절에 친가 방문이 허락되었습니다. 물론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신 저와 같은 고아들이야 갈 곳이 없으니 당연히 수도원에 머물지요. 어쩌면 외롭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조용한 수도원에 머무는 것도 참 좋습니다. 다만 저는 3년 동안 원외 거주 관면을 받고 안성에 머물고 있기에, 금년에도 안산 여동생네 집에서 명절을 지내고 있습니다. 흔히 한가위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년 12달 오늘만 같아라, 라는 한가위 덕담이 단지 말이 아닌 실제 우리네 삶의 현실이 되었으면 정말로 좋겠습니다. 정갈한 몸과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추석 차례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오늘 복음의 어리석은 부자처럼 너무 자신과 자기 가족만을 위해 “남아넘치는 재물을 쌓아 두기 위해 넓고 큰 곳간”(12,18)을 새롭게 짓지 않으시길 권합니다. 그보다는 이미 있는 헌 곳간에 넣을 만큼만 쌓아 두고, 남은 재물일랑 춥고 배고픈 형제자매와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눠주길 기대합니다. 너그럽고 정다운 사람 되시어 이번 명절만큼은 마음도 화통하게, 씀씀이도 넉넉하게 이웃에게 베푸시길 바랍니다. 사람의 인생이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 고 하니 썩어 없어질 세상 곳간에 쌓아 두지 말고 영원히 썩지도, 없어지지도 않을 하느님의 곳간에 쌓아 두는 게 참으로 지혜롭고 축복받는 사람이 아닐까, 싶네요. 입으로는 형제요 가족이네, 라고 말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세상 사람들과 달리, 여러분은 없는 가난한 형제들과 이웃들에게 말이 아닌 나눔을 통해서 더 풍성한 명절을 맞이하고 보내길 바랍니다.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12,17)라고 고민할 필요가 어디 있나요. 또 누가 가진 재물을 가지고 무엇을 한다고 비난할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충분히 쓰실 재물이 있으시다면 충분히 쓰시고, 남는 수확물을 보관하기보다 나누고 베풀면서 몸도 마음도 충만한 기쁨과 보람 느끼도록 인심 팍팍 쓰세요. 베푸는 것이 남는 것입니다. 노인 요양병원에서 원목 신부로 일했고 3년 동안 생활하면서 경험했지만, 제대로 잡수지도 못하고 새 옷 한번 사 입지 못하고 보약 한번 제대로 해 잡수지 못한 채 아끼고 아껴서 모아 둔 재산, 그 남은 재산 때문에 자녀들 간에 재산 싸움으로 인해 재산은 재산대로 남 좋은 일 시키고, 자식들 서로 간에 불화와 불목을 남기고 떠난다면 편히 눈이라도 감을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의 말씀, 정말로 틀린 말씀이 아닙니다.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12,15) 지금 가지신 재산일랑 돌아가신 조상님들 생각해서 그들의 은덕이며 하느님의 은총 덕분이라 생각하신다면 가난한 친형제 자매들과 기꺼이 나누는 게 조상들에 대한 마땅한 보답이 될 것이며, 더욱 이웃의 가난한 이웃에게 아름답게 나누신다면,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좋아하시고 기뻐하실 것이며, 덤으로 더욱 큰 축복을 내려주실 것을 믿습니다.
부디 행복하고 기쁨과 사랑이 넘쳐나는 한가위 명절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온갖 열매 땅에서 거두었으니, 하느님, 우리 하느님이 복을 내리셨네.”(시67,7)라는 노래처럼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축복 마음에 새기면서 감사하고 찬양하는 추석 연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만큼은 한시름 다 내려놓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