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5주간 월요일,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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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9-23 | 조회수95 | 추천수2 | 반대(1) 신고 |
[연중 제25주간 월요일,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 루카 8,16-18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줄로 여기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천주교 신자분들이 신앙생활 하면서 가장 부담스러워 하시는 게 바로 ‘전교’입니다. 그냥 내가 원할 때 미사참례만 하고 오고 싶은데, 마음이 힘들 때 성당 나가서 조용히 기도만 하고 싶은데, 왜 내가 굳이 어색함과 민망함을 무릅쓰고, 수고와 희생까지 감수해가며 다른 사람에게 복음을 전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가는 겁니다. 게다가 ‘열 처녀의 비유’에 따르면 신앙의 등불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사랑’이라는 기름은 각자가 노력하여 마련하는 것이고 남한테 빌려줄 수도 없다는데, 다른 사람을 믿음으로 이끌어도 그가 그 믿음으로 사랑을 실천하지 않으면 그를 위해 애쓴 나의 노력이 ‘말짱 도루묵’이 되는게 아니냐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복음적 삶으로 또한 사랑과 선행의 실천으로 나의 믿음을 표현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사랑의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믿음은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 신앙인은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우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합니다. 또한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함으로써 하느님을 향한 나의 사랑이 그런 ‘척’하는 위선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실’된 것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구원받든 말든 상관 없이 혼자만 신앙생활 하는 사람은, 남들이 평화를 누리든 말든 상관 없이 내 마음만 평온하면 그만인 사람은 제대로 신앙생활 하는게 아닙니다.
신앙생활의 열매인 기쁨과 행복은 우리의 손과 발에서 맺어진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에 간직하며 간직한 것을 실행함으로써 비로소 그 말씀이 내 삶 속에서 실현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그저 ‘듣기 좋은 말씀’으로 마음 속에만 간직하고 있으면 그 말씀은 물을 주지 않은 화초처럼 말라서 시들어 버립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느님 말씀을 알아듣고 깨닫게 하시어 우리 마음에 붙여주신 신앙의 등불을, 등경 위에 놓아 다른 이들이 그 빛을 보게 하라고 하십니다. 귀찮고 힘들다는 이유로, 손해보기 싫다는 이유로 신앙의 등불을 감춰두려고 하면, 내가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을 삶과 행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그 신앙의 등불은 컵 속의 성냥처럼 금새 꺼져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앙이라는 등불에는 사랑의 실천을 통해 끊임없이 기쁨과 보람이라는 산소를 공급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나태함과 게으름, 허무함과 무미건조함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이라는 밝은 빛으로 타오를 수 있고, 그 빛으로 우리는 근심과 걱정, 혼란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구원의 길을 끝까지 걸을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줄로 여기는 것만저 빼앗기는’ 삶입니다. 사랑의 실천을 통해 신앙의 기쁨을 제대로 누려본 사람은 그 좋은 기억으로 사랑을 더 많이 더 자주 실천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그가 신앙생활을 통해 누리는 기쁨 또한 커집니다. 반면 상처받기 싫어서, 손해보고 싶지 않아서 사랑의 실천을 주저하는 사람은 신앙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기에 사랑의 실천에 점점 더 소극적이게 되고 그의 신앙생활엔 허무함과 부담감만 남지요. 그러니 더 이상 나의 신앙을 이기심과 게으름의 그릇으로 덮으려고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지금 당장 힘들고 어려워도 행동과 삶으로 하느님께 대한 나의 믿음과 사랑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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