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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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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9-25 조회수75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루카 9,1-6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가까운 곳으로 잠깐 여행을 갈 때도 많은 짐을 챙겨가는 우리들입니다. 먹을 것, 입을 것은 물론이고 화장품이나 휴대폰 충전기에 이르기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가지요. 그런데 ‘혹시나’ 하는 걱정으로 무겁게 가져간 물건을 ‘역시나’ 한 번 꺼내보지도 않고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요? 그런 우리 모습을 ‘준비성’이 투철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여행지에 가서도 더 편하게 있고 싶고 더 많은 걸 누리고 싶은 욕심 때문에 자기 자신을 괴롭게 만드는 어리석은 모습은 아닐까요?

 

예수님이 열 두 제자를 파견하시면서 ‘아무 것도 가져가지 마라’고 하시는 것도 아마 그런 점을 염려하시기 때문일 겁니다. 제자들은 세상을 여행하러 가는게 아니라 복음을 전하러 가는 것입니다. 세상 것을 누리는 ‘여행’을 할 때도 기존에 소유한 것들을 싸들고 가기보다 여행의 목적을 생각하며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하고 여행지에 있는 것들을 상황에 맞게 잘 이용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하느님의 일’을 할 때에는 그런 점이 더 두드러지지요. 그 일을 위해서는 세상 것들에 의지하고 기대려는 마음을 어느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비워야 합니다. 그래야 철저하게 자신을 하느님께 의탁하고 그분의 은총과 사랑만을 바라며 하루 하루를 기쁘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무언가를 많이 지니고 있으려는 사람은 삶을 자기 뜻과 계획대로 하려는 욕심과 고집이 클 때가 많습니다. ‘내 뜻대로 안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삶의 여러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것들을 가지려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 감당치 못할 정도로 뭔가를 잔뜩 짊어진 상태로는 인생길을 똑바로 걸을 수 조차 없지요. 그러나 소유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은 상황에 맞게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맞춰가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다보니 굳이 많이 가질 필요가 없고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인생길을 여유있게 걸을 수 있게 됩니다. 아름다운 주변 풍경도 천천히 둘러보고 여행의 기쁨을 제대로 만끽하면서 말이지요.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삶의 길, 신앙의 길을 그런 자세로 걷기를 바라십니다. 삶이 내 뜻대로 되야한다는 욕심과 고집을 버리고, 나를 이끄시는 하느님 섭리에 순명하며 그분 눈으로 삶과 세상을 바라보기를 바라십니다. 그래야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미와 보람을 찾고 기쁨을 누리며 한 번 뿐인 삶을 제대로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 것들로 만족하려고 들면 끝도 없는 욕망에 휩쓸려 불행해지지만, 하느님으로 만족하려고 들면 내 삶을 충만하게 채워주시는 하느님 사랑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가 소유한 것 가운데 나 자신을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지 못하게 방해하는게 있다면 그건 나에게 필요없는 ‘짐’일 뿐입니다. 그러니 오늘 제1독서인 잠언의 말씀처럼 하느님께 두 가지만 바라는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 위선과 거짓을 멀리하는 진실함, 그리고 하느님께서 원하시고 나에게 필요한 만큼의 재물만 바라는 마음. 우리가 행복하기엔 그 두 가지면 충분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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