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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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0-23 | 조회수114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루카 12,39-48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우리 인간은 하느님으로부터 생명을 받아서 이 세상에 잠시 머무르다 떠나는 ‘나그네’입니다. 세상의 주인은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 뿐이시지요. 언제나 변치 않는 성실함과 참된 선으로 세상을 다스리고 계십니다. 하느님은 또한 우리 인생의 주인이시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생명을 주시면서 당신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관리하고 보살필 ‘집사’의 소명을 맡기셨습니다. 즉 내가 세상에서 소유하고 누리는 것들은 ‘내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 어떤 것도 하느님으로부터 받지 않은 것이 없지요. 하느님께서 당신 뜻에 맞게 잘 쓰라고 맡기신 것을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잘 관리하다가 죽을 때가 되면 고스란히 세상에 남겨둔 채 하느님께 돌아가는 겁니다. 그러면 어떤 분은 이런 걱정을 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다 두고 가면 나는 하느님 나라에서 뭐 먹고 사나?’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집사’의 소명을 충실히 수행하기만 하면 하느님께서 당신의 모든 것을 나에게 맡기실 것이고, 나는 그것을 기쁘게 누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점을 머리로 알고 있다고 해도 막상 실천에 옮기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우리는 부족하고 약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유혹이나 욕망 앞에 쉽게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주님은 눈으로 볼 수도, 그분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지요. 그렇게 자연스레 마음이 해이해지게 됩니다. 주님께서 오실 때가, 세상 종말의 순간이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내 욕심부터 먼저 채우고 하느님의 뜻은 나중에 시간 남을 때 실천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참으로 많은데,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런 것들을 소유하고 누릴 기회를 마다하고 주님 뜻부터 찾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뜻은, 그분께서 나를 통해 하고자 하시는 일은 자꾸만 나중으로 밀리다가 잊혀지고 맙니다. 그러다 “예상하지 못한 날, 짐작하지 못한 시간”에 갑자기 주님 앞으로 가게 되면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심판’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고, 그 쓰라리고 참단한 결과는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될 겁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는 방법은 주인이 언제 찾아오더라도 두려움이 아닌 기쁨으로 맞을 수 있도록 늘 하느님 뜻에 깨어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일을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기회될 때마다, 즉시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실천을 의무감으로, 혼나기 싫어 마지못해서, 벌 받는 게 두려워 억지로 하는게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진실된 사랑으로, 그분께서 나에게 베풀어주신 것들에 감사하며 기꺼이 보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열 처녀의 비유’에 나오는 슬기로운 처녀들처럼 신앙의 등불을 켜들고 주님을 마중나가, 그분과 함께 기쁨의 잔치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지요.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에게 가장 큰 기쁨은 더 큰 재산을 맡는게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충실하게 실천하는 생활을 통해 그분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는 하느님으로부터 더 많은 재물을 얻어내는게 아니라, 하느님을 꼭 빼닮은 자녀가 되어 그분과 사랑으로 완전히 하나되는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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