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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고난회 김준수 신부님의 (11.1) 모든 성인의 대축일: 마태오 5, 1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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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기승 쪽지 캡슐 작성일2024-10-31 조회수110 추천수3 반대(0) 신고

 “행복하여라!”(5, 3.4.5.6.7.8.9.10)

11월은 위령의 달이며, 11월의 첫날인 오늘은 모든 성인의 대축일입니다. 흔히 교회에서 성인聖人이란 거룩한 사람을 말합니다. 그런데 누가 그리고 어떤 사람이 거룩한 사람입니까? 하늘에 있는 사람이 거룩합니까? 아니면 흠도 티도 없는 완벽하고 완전무결한 사람이 거룩합니까? 저는 믿습니다. 그 사람이 하늘에 있든, 땅에 살고 있던지 예수를 닮은 사람이 거룩하며, 예수를 닮은 사람은 이 땅에 살면서 “예수님과 함께 큰 환난을 겪어 낸 사람들이며”(묵7,14), 하늘에서는 “그분을 있는 그대로 뵈옵는 사람들”(1요3,2참조)입니다. 물론 예수님을 닮은 사람은 그러기에 늘 상 어렵고 힘든 세상을 살면서, 예수님께서 사셨고 우리가 당신처럼 살기 바라신, 참된 행복을 살려고 힘쓰는 사람일 겁니다. 

모든 성인의 대축일과 위령의 날 첫 미사의 복음은 똑같이 마태오 복음 5, 1~12절을 들려줍니다. 이는 무엇을 말합니까? 저는 세상을 떠난 모든 사람은 다 하느님께 도달하리라고, 천국으로 초대받았다고 믿습니다. 산상수훈의 진복팔단 첫 말씀은 언제나 “행복하여라!”(5,3.4.5.6.7.8.9.10)로 시작하고 있으며, 이를 과거는 진복팔단眞福八端이라 하였습니다. 영어로는 Beatitudes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영어 Be + Attitudes의 합성어로 풀이하자면, 존재하는 태도, 존재의 마음가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태도는 바로 예수님께서 아빠 하느님 앞에서 사셨던 삶의 자세이며 태도입니다. 즉 이 세상에서부터 하느님의 참된 행복을 살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의 하느님 앞에서 존재하는 8가지의 태도이자 마음가짐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이 세상에서 하느님과 하느님의 나라를 성취하기 위해 아버지의 뜻을 준행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지향입니다.

예수님의 산상수훈의 말씀을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듣기 위해 맨 앞줄을 채웠던 그들은 그러면 누구였습니까? 그들은 바로 예수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용서받고 치유 받아 다시 삶을 삶대로 살도록 일으켜 세워진 사람들 곧 거리 모퉁이에 버려진 라자로들(=루16,19~31)과 또한 뒷골목 한적하고 으슥한 곳에서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며 망가진 인생살이 후회로 하염없이 눈물짓던 마리아들(=요8,1~11)이었겠지요. 이들은 바로 예수님께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씀하셨을 때, 예수님 당시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일용할 양식을 얻으려면 구걸하는 길밖에 없음을 깨닫는 지경까지 가난해진 사람들, 그래서 그들은 하늘 향하여, 대자대비하신 아빠 하느님께 깡통을 쳐들었으며, 그게 그들이 한 일이었습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들은 하늘 말고는 하느님 외에는 더 바라볼 데가 없을 정도로 밑바닥까지 철저히 낮아졌습니다. 어쩜 우리 역시도 그들처럼 영적으로 밑바닥까지 낮아질 때, 하느님 말고는 바라볼 때가 없을 때 온전히 그분께 매달리게 될지 모릅니다. 우리 역시도 텅 빈 손을 주인의 밥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라도 구걸하는 마음으로 하늘을 향해 내밀 때, 아빠 하느님은 우리에게 주님과 더불어 먹고, 주님께서 우리와 더불어 먹는 은혜를 내리리라 믿습니다. 

산상수훈의 군중들은 세상에서 참으로 가난한 존재였고 가난한 삶을 살았지만, 예수님을 통해 왜 사는지 그리고 누구 때문에 살아가는지 해답을 찾았기에,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예수님처럼 아빠 하느님 앞에서 살아야 할 존재의 태도를 지니고 살아갈 수 있었으리라 믿습니다. 인생의 참된 행복은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주님처럼 아빠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안에서 그 사랑받음으로 행복하게 사는 데 있습니다. 행복은 먼 훗날이 아닌 지금 여기에서부터 주님과 함께 사는 것이며, 주님처럼 사는 것입니다. 주님만이 나의 행복, 기쁨이며 위안입니다. 하느님 때문에, 복음을 위하여 어렵고 힘든 가운데서 살아온,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슬퍼하는 사람들, 온유한 사람들,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자비로운 사람들,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5,3~10)이야 말로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진복팔단을 살려고 노력한 사람들이기에, 이들은 바로 살아 있든 죽었든, 이승에 있든 저승에 있든 하느님의 마음에서 보면 성인들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아무도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큰 무리가 있었습니다.”(묵7,9)

예수님이 제시해 주신 행복의 비결, 즉 행복에 이르는 길은 여덟 개의 길이 있습니다. 이 여덟 개의 길 중에 어느 한 가지 길만이라도 제대로 걸어간다면, 제대로 살아간다면 마침내 행복에 도달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덟 가지 길은 서로 다른 길이지만 마침내는 서로 통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성인들은 이미 이 땅에서부터 하느님 안에서 참된 행복을 살았던 사람들이었으며, 우리도 그 길을 통해서 이 땅에서부터 예수님을 닮은 참된 행복을 누리며 마침내 천국에서 그분이 우리를 보시듯이 우리 또한 “그분을 있는 그대로 뵙게 될 것입니다.”(요한1서 3,2) 우리 모두 성인됩시다. 예전 꾸르실료 교육을 받을 때도, 꾸르실료 주말을 지도할 때도 마음에 와닿았던 마냐니타의 “성인되라고 새벽 인사를” 하고 불렀던 노래 가사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우리 모두 성인되라고 서로 기도합시다. 오늘 모든 성인 대축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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