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수철 신부님_모든 성인들(All Saints)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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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4-11-01 | 조회수146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성인성월, 희망성월”
어제 외출했다가 귀원 도중 수도원 정문을 통과하던 택시기사와 주고 받은 덕담이 생각납니다.
“천국에 들어오는 기분입니다.” “맞습니다. 수도원은 지상천국입니다. 수도원 천국에 방문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연이어 ‘천국엔 누가 살고 있나? 성인들이 아닌가? 그럼 여기 수도원에 살고 있는 수도자들은 성인이겠다!’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오늘은 모든 성인 대축일입니다. 천상에 있는 알려지지 않은 모든 성인들, 그리고 지상에서 살아가는 알려지지 않은 모든 성인들의 대축일입니다. 성인이 되는 것은 우리 믿는 이들 모두의 희망이자 성소입니다. 성인은 기억하고 기념할 뿐 아니라 우리 모두 성인이 되라고 불림받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제가 여전히 좋아하는 오래 전 시가 생각납니다.
“어! 땅도 하늘이네 구원은 바로 앞에 있네 뒤뜰마당 가득 떠오른 샛노란 별무리 민들레꽃들 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살 수 있겠네!”<2001.4.16.>
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성인들입니다. 모두가 기뻐하고 즐거워해야 할 참 기분 상쾌한 모든 성인 대축일입니다. 착한 삶을 살다가 죽어 영광의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세례받은 신자들 역시 넓은 의미의 성인들이요, 양심의 확신에 따라 진실로 착한 삶을 살았던 모든 비크리스찬들 역시 오늘 축일에 포함되는 성인들입니다. 성인들은 비단 그리스도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하늘의 무수한 별들처럼 곳곳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처럼 가톨릭교회의 품은 자비하신 하느님을 닮아 넓고도 깊습니다.
모든 성인 대축일이 회색빛 11월 위령성월을 희망의 빛으로 환히 밝히는 느낌입니다. 희망과 기쁨의 위령성월이요 그래서 저는 11월 위령성월을 주저없이 성인성월이요 희망성월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위령성월이 끝나면 대망의 대림시기에 돌입합니다. 11월 위령성월 한달은 오늘 저녁성무일도시 흥겨운 후렴을 끊임없는 기도로 노래하려 합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묵시록에 근거한 천국의 성인들에 대한 묘사입니다.
“성인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기뻐하는 그 나라가 얼마나 영광스러운가, 흰옷을 입고 어린양을 따라 가는 도다.”
사랑의 사도 요한이 둘째 독서에서 우리 모두가 성인임을 기분좋게 밝혀주고 있습니다. 그대로 오늘 우리를 향한, 단숨에 읽혀지는 2독서 사도의 말씀 대부분을 인용합니다. 우리의 복된 신원은 그대로 하느님의 자녀인 성인임을 깨닫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이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분께서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분처럼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분을 있는 그대로 뵙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분께 이런 희망을 둔 사람은 모두, 그리스도께서 순결하신 것처럼 자신도 순결하게 합니다.”
바로 순결한 그리스도처럼 순결한 하느님의 자녀인 성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바로 우리의 궁극의 희망이자 행복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자녀답게, 성인답게 살아가야 합니다. 마침 다산어록 11월은 주제어와 11월1일 오늘의 말씀도 성인다운 삶에 좋은 도움이 됩니다.
“일일청한(一日淸閑;하루만이라도 깨끗한 마음으로 살아본다는 것)” “흔들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중심이 있다. 마음에 중심을 곧게 세운 사람을 어른이라고 한다.”<다산> 어른을 성인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늘 위태롭고, 도의 마음은 드러나지 않는다. 섬세하게 살피고, 한결같이 지켜 그 중심을 붙잡아야 한다.”<송나라 진덕수의 심경> 늘 하느님 중심을 꽉 붙잡고 사는 자가 성인이요 참 어른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 산상수훈의 진복팔단이 성인이 되는 구체적 방법을 알려 줍니다. 종파를 초월하여 모든 대영성가들이 열광하는 산상설교의 참행복입니다. 말그대로 ‘거룩함의 대헌장’입니다. 구약의 십계명과는 비교가 불가합니다. “...하지말라”는, 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금령의 십계명은 착한 모범적 신자는 될 수 있겠지만 절대 성인은 되지 못합니다. 닫힌 금령의 십계명과는 달리 하느님을 닮은 성인의 삶으로 끝없이 활짝 열린 참행복선언입니다.
끝없는 도전의 연속이요 늘 시작임을 깨닫게 하는, 늘 우리를 앞으로, 위로 향하게 하는, 참으로 우리를 겸허하게 하는 진복팔단을 살았던 예수님임을 깨닫습니다. 참행복의 중심에 우리의 영원한 멘토 예수님이 계십니다. 성인들이 궁극으로 목표하는 바가 하느님이자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거룩한 욕심, 청정욕(淸淨慾)의 성인들이 목표하는 참행복의 목록을 보며 여러분의 성덕 수준을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머리맡에 써붙여놓고 평생 좌우명 삼아 살아야 할 말씀입니다. 모두가 이만하면 됐다가 아닌 죽을 때까지, 살아 있는 그날까지 전력을 다해야 하는, 늘 시작처럼 느껴지는 성덕의 여정임을 깨닫게 합니다. 진정 참행복을 추구하며 끝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하느님을 닮은 진짜 성인들입니다.
고백성사 성찰시 십계명 기준이 아니라 진복팔단을 기준으로 삼아 성찰하시기 바랍니다. 성화의 여정, 성덕의 여정에 이보다 거룩하고 적절한 수행은, 영적훈련은 없습니다. 아니 하늘에 가기 전, 참행복의 삶을 추구하는 진리의 사람들,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에게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쁨과 행복의 상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이런 우리들을 한껏 격려하고 고무하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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