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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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1-06 | 조회수154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루카 14,25-33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기쁘게 살아감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방법을 알려 주십니다. 그 핵심은 소유와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욕망의 눈으로 바라보면 가지지 못한 것을 속상해하고, 가지고 있는 것에 집착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 물건이 주는 이익을, 상대방이 주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집착만 하기에 행복해지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따름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누리기 위해서는 ‘존재’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을 따른다는 말은 곧 그분을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사랑은 소유와 공존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을 소유하려든다는 것 자체가 곧 그분을 물건 취급한다는 건데 그래서는 예수님을 제대로 사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은 당신을 제대로 따르기 위해 지켜야 할 원칙에 대해 알려주십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여기서 가족을 ‘미워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은 가족과 갈등을 일으키며 대립하라는 뜻이 아니라, 가족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며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대상이 따로 있다는 뜻입니다. 그분은 바로 예수님이시지요. 또한 자기 목숨을 미워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은 하느님께 받은 소중한 선물인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생명을 자기의 소유물로 여기지 말라는 뜻입니다. 자기 삶을 자기 뜻대로 하려는 욕심과 교만을 버리고 하느님께 온전히 순명하며 그분 뜻을 따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내 안에 가득 찬 ‘자아’를 비워내고 그 안에 하느님을 모셔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자기가 처한 상황과 영적 수준에 맞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소유를 온전히 버릴 각오를 하는 것이지요. 먼저 구체적인 계획의 수립에 대해서는 ‘탑을 세우는 사람의 비유’를 통해 설명하십니다. 어떤 사람이 탑을 세우기 위해서는 탑의 높이와 모양, 들어가는 재료와 공사기간, 참여할 수 있는 인부의 숫자 등을 고려하여 구체적이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처럼, 예수님의 뒤를 제대로 따르기 위해서는 자신의 부족함과 약함, 허물과 잘못, 신앙의 길을 걸어가는데에 무기가 될만한 자기만의 장점 등을 제대로 파악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자기 성찰과 계획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달려들었다가는 100% 제 발에 걸려 넘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지요.
다음으로 자기 소유를 온전히 버릴 각오에 대해서는 ‘사신을 보내어 평화협정을 청하는 임금의 비유’를 통해 설명하십니다. 이만 명을 거느리고 자기 나라에 쳐들어오는 다른 임금에게 ‘평화협정’을 청한다는 것은 자기가 임금으로써 누리는 기득권을,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재물과 사람들을 포기할 각오를 한다는 뜻입니다. 힘이 약한 이가 자기보다 강한 이와 맞서 싸우지 않고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희생을 치르는게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지요. 그런 점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참된 평화를 얻어 누리기 위해서는 내가 세상에서 누리는 기득권을, 내가 소유하고 집착한 모든 것들을 포기할 각오를 해야만 하는 겁니다. 손 안에 뭔가를 가득 쥐고 있는 상태에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하느님, 전능하시고 선하신 당신에 비하면 저는 아무 것도 아닌 미천한 피조물일 뿐입니다. 부디 저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당신 뜻대로 하십시오.’ 우리가 이렇게 기도하며 하느님께 온전히 순명하면, 그분께서 우리에게 참된 평화는 물론이고 영원한 생명까지 선물로 주실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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