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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1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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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11-07 조회수78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31주간 목요일] 루카 15,1-10 “나와 함께 기뻐해 주십시오. 잃었던 내 양을 찾았습니다.“

 

 

 

 

수십 년간 깊은 산 속에서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그분은 가족도 친구도 없고 심지어 출생신고도 되어있지 않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복지의 혜택도 받지 못하셨지요. 남들이 먹다 버린 음식 찌꺼기를 주워와 삶아 드시며 겨우 연명하고 계셨습니다. 그런 할머니가 걱정되었던 구호 단체 회원들은 처음엔 그런 상한 음식은 드시면 안된다며, 자신들이 맛있는 걸 사드릴테니 그걸 드시라고 설득합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불 같이 화를 내며 그들을 내쫓았습니다. 그들을 자신과는 너무도 다른, ‘딴 세상’ 사람들로 여기며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호단체 회원들은 방법을 바꿉니다. 먼저 할머니 곁에서 함께 먹고 자며 그분의 마음을 열어보려고 한 것이지요. 그래서 추운 겨울에 텐트를 치고 침낭에서 자며 할머니와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했고, 필요한 부분들을 도와드렸습니다. 그런 모습에 조금은 경계심이 풀린 할머니는 고마운 마음에 자신이 갖고 있던 가장 좋은 쌀과 김치로 밥을 지어 그들에게 주었고, 구호단체 회원들은 기꺼이 그것을 받아 먹었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그들도 자신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사람이라고 믿게 되었고,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함께 내려갈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할머니는 병원에 입원하여 필요한 치료를 받으시고 우리 사회에 속한 당당한 구성원이 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죄인들과 어울려 함께 식사를 하시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당신도 그들과 같은 사람임을 그들이 마음으로 믿게 하심으로써 그들을 당신의 세상으로 이끄시기 위해서, 그곳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채워주시고 참된 행복을 누리게 하시기 위해서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신 겁니다. 그러나 바리사이들은 그런 예수님의 모습에 불만을 품습니다. ‘그리스도’라는 사람이, 죄인들을 심판하고 세상에 하느님의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메시아가 오히려 죄인들과 어울리고 있으니, 그런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고 못마땅하게 여긴 것이지요. 그런 그들의 마음을 알아채신 예수님은 그들에게 두 가지 비유를 들어 당신이 그렇게 하시는 이유와 의미에 대해 설명하십니다.

 

두 비유 속에서 목자는 잃은 양을 찾아낼 때까지 그 뒤를 쫓습니다. 여인은 잃은 은전을 찾아낼 때까지 바닥을 샅샅이 뒤집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잃은 것을 찾으시는 ‘구원의 주체’가 바로 하느님이심을, 또한 그분은 우리를 ‘먼저’ 찾으시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찾으시는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분이심을 깨닫게 되지요. 그리고 두 비유에서 목자와 여인이 잃은 것을 되찾은 후에 “나와 함께 기뻐해 주십시오”라고 사람들에게 권유하는 모습은 하느님께서 잃어버린 이들을 찾으시는 목적이 단지 죄를 지어 당신으로부터 멀어진 죄인들만을 구원하시는 게 아니라, 당신께 속한 백성 모두가 함께 기쁨을 나누는 데에 있음을 말해 줍니다. 즉 우리가 신앙생활하는 목적은 죄를 안짓는게 아니라, 나 혼자만 하느님으로부터 떨어져 나가지 않으면 되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 이유로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졌던 이들이 회개하여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기쁨을, 그리고 그들을 다시 당신 사랑의 품 안에 받아들이시는 하느님의 기쁨을 나도 함께 누리는데에 있는 겁니다.

 

잃었던 이와 찾는 이가 서로 만나 기쁨의 해후를 나누는, 이 복되고 행복한 자리에서 나 혼자 심판의 칼날을 쥐고 억울함에 이를 갈며 완고한 태도로 버티고 있는다면, 그것만큼 뻘쭘하고 불행한 일은 없을 겁니다. 하느님 아버지도, 죄인들도, 하늘의 천사들도 다 기뻐하는데 나만 그 기쁨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소외감이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뭘 해도 삶의 참된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없지요. 그러니 서슬퍼런 심판과 단죄의 칼은 하느님께 맡겨드리고 한쪽 손엔 주님의 손을, 다른 쪽 손엔 이웃의 손을 잡아야겠습니다. 삶의 참된 기쁨은 두 손을 타고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를 통해 느끼는 것이니까요.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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