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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고난회 김준수 신부님의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루카 16, 1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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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기승 쪽지 캡슐 작성일2024-11-07 조회수65 추천수4 반대(0) 신고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16,8) 


수도원에 살다가 세상으로 되돌아간 형제들의 어려움은 비록 수도원에 살았던 그 기간이 길었든 짧았든 간에, 그 시간과 관계없이 세상의 논리, 풍조를 따라가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하더군요. 그만큼 수도 생활을 맛본 사람들에게는 세상적인 처세술이나 대인관계를 닮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지금껏 자신이 지키며 살아왔던 삶의 원칙이나 가치를 버려야 하는 어려움과 함께 그리고 시쳇말로 그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자신을 속여야 하고 부정직한 것을 보고도 눈을 감지 않고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고 토로하더군요. 물론 어떤 점에서는 사제였고 수사였다는 점이 취업이나 사업에 도움도 되겠지만, 반대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경우도 있었을 겁니다. 그것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기”(16,8) 때문일 겁니다. 

상식적으로 오늘 복음을 읽었을 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아무튼 집사의 어떤 처신이 주인에게서 칭찬받을만한 행동이었는지를 좀 더 세밀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이 비유는 어떤 부자가 고용한 집사가 부자의 재산을 관리하면서 낭비한 것이 드러나자, 재산 장부를 정리하고 청산한 후 퇴출을 강요받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집사의 자리에서 어느 정도 여유를 누리며 살아 온 그는 돌연히 닥친 퇴출을 앞두고 미래가 걱정스러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관리하던 부자의 재산 내력, 채무 관계를 잘 알고 있었기에 짧은 시간에 묘안(?)을 생각해내고 일사천리로 일을 해치워 나갑니다. 그 집사가 생각해 낸 미래 대책이란 곧 퇴출 후에도 자기를 후하게 대접해 줄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자기 재산이 아님에도 부자에게 빚을 진 사람들에게 후하게 베풀고 탕감해 줌으로써 훗날에 그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줄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요즘도 정부의 관료들이 퇴임 이후 관련 기업의 임원으로 다시 취업하는 경우는 허다합니다. 전관예우!) 그래서 집사는 주인에게 빚을 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빚을 탕감해 주는 방법을 택했나 봅니다.(16,5~7) 이를 알게 된 주인은 이렇게 주도면밀하게 일 처리하는 집사의 모습을 알아보고 그의 불의한 행동을 알면서도 그가 영리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칭찬하였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 비유의 가르침은, 우리 역시 우리 것이 아닌 하느님의 것을 이용해서 미래에 닥칠 위험을 지혜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배워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자신 앞에 닥친 위기 상황을 맞아 망연자실 넋을 놓고 기다리는 소극적인 처신이나 마음 자세보다 오히려 집사처럼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지혜롭게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 순발력이나 미래를 위한 준비성을 우리 역시 본받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 집사는 자신이 지금껏 해 온 자리에서 배운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절묘한 방안을 마련했던 것입니다. 집사는 주인의 시선에서 보자면 비록 부정직한 방법을 택하긴 하였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법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비유를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예수님의 의도도 역시 이 점, 곧 미래를 준비하는 영리함을 칭찬하신 것이라고 봅니다. 빛의 자녀들인 우리도 그 집사와 같이 부정직한 처신을 본받으리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나 퇴출을 준비하며 살 것을 가르치고 있으며, 그 미래를 위한 준비는 곧 주님께서 주신 세상 재물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지혜로움과 슬기로움이라고 봅니다. 복음의 교훈은 한 마디로 세상일에는 이렇듯 철저하게 약삭빠르게 준비하면서, 영원한 삶을 위한 준비는 어찌하여 ‘머뭇거리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지금껏 살아 온 삶의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미래(=개인적인 죽음/심판)를 위한 준비에 머뭇거리지 말고 지금 여기서부터 착실히 준비하는 게 가장 영리하고 현명한 삶의 자세이나 처신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세상의 약삭빠른 영리함은 닮을지라도 부정직하고 불의한 점은 닮지 말자고요. “주님, 미래를 위한 준비는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시작함을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이 땅에서, 제 삶의 매일 매 순간 당신 뜻을 실행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렵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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