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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4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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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07:21 조회수50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34주간 월요일] 루카 21,1-4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헌금함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사람들이 그 안에 예물을 넣는 모습을 지켜 보십니다. 하느님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내어드리는 봉헌은 전적으로 나와 하느님 사이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내가 얼마를 내든 나의 선택이며 다른 이가 내 봉헌의 가치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거나 참견해서는 안되지요. 그런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봉헌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나를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게 사실입니다. 남들에 비해 너무 많이 내거나 혹은 적게 내는 건 아닌지, 사람들이 그런 나를 보며 이러쿵 저러쿵 뒤에서 수군거리지는 않을지 꽤나 신경이 쓰이지요. 특히나 그날따라 내 지갑 안에 천원 짜리 지폐와 오만원 짜리 지폐 두 종류만 있어서 본의 아니게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이게 될 때에는 그만큼 고민도 더 깊어집니다. 그러니 오늘 복음에 나오는 과부도 헌금함 앞에 나아가 손을 뻗기까지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필 순서도 부자들 다음이라 액수가 더 비교되고 그만큼 상대적으로 더 초라해진 자기 모습에 주눅들었을테니까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의 추측일 뿐, 그 가난한 과부는 자기를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만 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자들처럼 남들보다 더 많은 금액을 봉헌하여 자기 재력과 신심을 과시하려는 헛된 마음은 애초에 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마음 속에는 어려운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베풀어 주신 큰 사랑에 감사하며 그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만이, 자기가 낸 작은 성의가 자기보다 어렵고 힘든 처지에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선한 의도만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셨던 예수님이시기에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하느님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보시는 분이기에, 숫자가 아니라 마음을 보시는 분이기에 그렇습니다. 과부가 헌금함에 넣은 렙톤 두 닢은 세상이 정한 기준으로 보면 너무나 미소한 금액이지만, 하느님을 위해 그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기가 가진 전부를 내어드리는 그녀의 용기는 그 누구보다 큽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도 그녀의 용기 있는 봉헌을 어여삐 보셨기에, 그녀가 내민 작은 정성을 가장 큰 기쁨으로 받아들여 주신다는 것이지요. 그런 점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당신의 하나뿐인 아들마저 기꺼이 내어주신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그런 아버지의 뜻에 순명하여 당신 생명을 즉 당신이 가진 전부를 내어주신 예수님의 사랑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하느님과 예수님은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당신의 전부를 내어주시는데, 우리는 자기 욕심과 계획에 따라 다 쓰고 남는 것을 그마저도 마지못해 내어놓는 수준에 그친다면, 어떻게 그분들과 제대로 된 사랑의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가난한 과부처럼 모든 것을 주님께 내어드릴 때 그분과 온전히 하나가 되는 축복을 누리게 됩니다. 참된 봉헌은 다 쓰고 남은 것을 나중에 바치는 게 아니라, 나에게 꼭 필요하고 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내어드리는 용기와 희생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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