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주님 공현 대축일 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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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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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1-09 | 조회수134 | 추천수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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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공현 대축일 후 목요일] 루카 4,14-22ㄱ “오늘 이 성경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본격적인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은 당신의 고향 나자렛을 방문하십니다. 그리고 그곳 회당에 들어가시어 하느님께로부터 ‘그리스도’의 소명을 받고 파견되신 당신께서 앞으로 해나가실 일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밝히시지요. 하느님께서 당신의 뜻과 계획을 이루시기 위해 나를 ‘일꾼’으로 부르시는 것이 ‘소명’(vocation)입니다. 즉 하느님께서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창조하실 때 각 사람의 능력과 기질에 따라 고유한 소명을 맡기시고 세상에 파견하시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분께서 맡기신 소명이 무엇인지를 올바르게 식별하고 최선을 다해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의 뜻이 이 세상에 실현되게 해야 하지요. 주님께서는 그런 점을 유다인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알려주시기 위해 이사야 예언서 중 그의 소명에 관한 부분을 찾아 읽으십니다.
하지만 주님께 대한 믿음이 없는 이들은 그분과의 관계 안에서 자기가 받은 소명을, 자기가 주님의 뜻에 따라 세상에서 해나가야 할 ‘하느님의 일’을 보지 않습니다. 대신 자기 뜻과 욕망에 따라 세상에서 이뤄내고 싶은 목표를 쫓지요. 우리는 그 개인적 목표를 ‘꿈’이라고 부릅니다. ‘꿈을 쫓는다’는 말이 세상의 가치관에 휘둘리지 않고 우직하게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간다는 ‘이상적’이고 멋진 말로 들리겠지만, 그 안에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다면, 우리가 개인적인 꿈에만 집중하느라 우리를 부르시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자기가 가고 싶은 데로만 간다면, 세속적인 성공과 즐거움을 쫓는 이들과 비슷한 결말을 맞게 될 겁니다. 하느님의 뜻에서 점점 멀어져 어둠 속을 헤매다 멸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오늘 이 성경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여기서 ‘듣다’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원문의 뜻은 영어로는 ‘hear’에 가깝습니다. ‘hear’는 특별한 의지나 목적을 갖지 않고 어떤 소리가 귀에 들리는 그대로 듣는 것을 가리키지요. 즉 내 뜻과 기준으로 하느님 말씀을 판단하거나 밀어내지 않고 그분께서 말씀하시는 그대로 내 마음 안에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리고 그 말씀 그대로 삶 속에서 실천함으로써 하느님께서 그 말씀 안에 담아주신 뜻과 의미가 나를 통해 성취되게 해야 합니다. 요한에게는 주님의 말씀을 온 세상에 선포하는 그분의 ‘목소리’로서의 소명이 주어졌다면, 우리에게는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주님의 뜻을 행동에 옮겨야 할 ‘손과 발’의 소명이 주어진 것입니다.
그 소명은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매일 꾸준히 실천해야 합니다. 그 점을 드러내시기 위해 예수님은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오늘’을 강조하신 겁니다. 즉 우리는 매일 매일,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내 마음에 들려오는 주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듣고, 들은 그대로 실천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실천하는 과정에서 내 삶의 자리가 조금씩 ‘하느님 나라’로 변화되어 갑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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