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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주간 수요일, 일치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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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1-22 조회수109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2주간 수요일, 일치주간] 마르 3,1-6 "그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시면서"

 

 

 

 

어떤 마부가 당나귀 한 마리를 몰고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나귀는 마부의 말을 잘 듣지 않았습니다. 고삐를 앞으로 당기면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다가 억지로 끌려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부는 당나귀의 고삐를 잡고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마침 마부와 당나귀가 가파른 비탈길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당나귀가 그만 실수로 미끄러져 절벽 끝에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마부는 당나귀를 구하기 위해 당나귀의 꼬리를 힘껏 잡아 당겼습니다. 그리고 절벽에서 당나귀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하지만 고집스러운 당나귀는 마부가 꼬리를 잡아 당기자 다리에 힘을 주고 버텼습니다. 마부는 그런 당나귀가 모습이 너무나 한심했지만 그대로 둘 수가 없어서 계속해서 잡아당겼고, 당나귀는 끌려가지 않게 위해 계속해서 발버둥치며 버텼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실랑이를 하느라 힘이 빠진 마부는 어쩔 수 없이 당나귀의 꼬리를 놓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쩔 수 없구나. 내가 졌다. 하지만 너는 그 고집 때문에 절벽에서 떨어지고 마는거야."

 

이솝우화에 나오는 '마부와 당나귀'라는 이야기입니다. 마부가 자신을 살리기 위해 절벽 위쪽으로 끌어당기는데도, 쓸데 없는 고집을 부리며 그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발버둥을 치다가 결국 절벽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잃고 마는 당나귀의 모습에서 우리는 고집 세고 완고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옳지 않음을 알면서도, 자신이 지금 가는 길이 파멸의 나락을 향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내 생각이 맞다는 교만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내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면 체면이 망가지고 자존심에 상처를 받을까봐 겁이 나서,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고집스럽게 가던 길을 계속 가려고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여기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의 교만한 마음 때문에 화를 내시고, 그 교만함 때문에 당신께서 알려주시는 올바른 길을 따르기를 거부하고 계속해서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지려고 하는 고집 때문에 슬퍼하십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실지 말지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분을 고발하여 죽이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느샌가 무엇이 옳고 그른지의 문제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신들이 나쁜 길로 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이제와서 예수님께로 돌아설 수도 없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들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것은 너무나도 창피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신들이 속한 집단에 등을 돌렸다가는 어떤 불이익과 보복을 당하게 될지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치 자신의 잘못 때문에 부모님께 혼나는 어린 아이처럼, 어떻게 하는 것이 합당하고 옳은 일이냐는 예수님의 질문에 입을 삐쭉 내밀고 침묵으로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그들의 의도를 너무나도 잘 알고 계셨지만 그들을 잃지 않으려고 당신께 희망을 두고 있는 사람을 외면하실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꼬리'를 잡고 계신 손을 놓고, 안식일이지만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시는 선택을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충분히 기회를 주셨기에, 예수님께서 최선을 다해 멸망의 나락에서 건져주려고 애쓰셨음에도 그분의 손을 뿌리친 것은 그들이기에, 그들은 이제 자신들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게 될 것입니다. '지옥'은 이처럼 '고집 센 당나귀'들이 가는 곳입니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고집을 꺾고 하느님께로 돌아서서 그분께서 내미시는 손을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파멸의 나락으로부터 구원될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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