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주간 금요일,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학자 기념]
이전글 이전 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 온유와 겸손으로 하느님과 이웃 사랑을 /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01 ...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1-24 조회수118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2주간 금요일,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학자 기념] 마르 3,13-19 "그분께서는 열둘을 세우시고 그들을 사도라 이름하셨다."

 

 

 

 

예수님께서는 밤새 기도하고 고민하여 열 두 제자를 뽑으시고, 그들을 특별히 ‘사도’라고 부르셨습니다. 그런데 그 사도들 중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유다 이스카리옷’이 포함되어있는 것은 인간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신비’입니다. 예수님은 유다가 당신을 배신할 것을 미리 아셨음에도 그를 당신과 함께 일을 해 나갈 사람으로 뽑으시고, 항상 함께 다니며 동고동락 하신 것입니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었을까요? 두렵고 불편하겠지만, 그것이 밤새 기도해서 얻은 결론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믿으셨기에 모든 어려움을 감수하고 유다를 당신 곁에 두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유다는 그런 예수님의 부르심에 제대로 응답할 마음을 갖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족한 자신을 뽑아주셨으니 그 부르심에 합당한 모습으로 살아가야겠다는 의지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결심했으면서도, 재물에 대한 집착, 예수님을 이용해서 세속적인 성공을 이루겠다는 욕심 중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려고 했습니다. 세속적인 욕망을 끊어내지 못하고 그릇된 욕망의 노예로 살았기에, 그 욕망 때문에 예수님을 배신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오늘 복음에서 처음으로 이름불린 베드로의 모습도 유다 이스카리옷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베드로는 유다와 같은 날 예수님을 배반했습니다. 돈을 받고 적대자들에게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나, 사람들 앞에서 예수님과의 관계를 부인했던 베드로나 예수님의 믿음과 사랑을 배신했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지요. 더구나 예수님을 ‘한 번’ 배신한 유다와 달리, 베드로는 짧은 시간 동안 예수님을 ‘세 번이나’ 배신했습니다. 그런 잘못을 범한 이후 베드로와 유다 모두 커다란 죄책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 선택된 사도로서 소명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괴감 때문에 무척이나 괴로워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인생은 서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베드로는 끝까지 ‘사도’로 남아 교회의 기둥이 되었고, 유다는 더 이상 ‘사도’로서 살기를 포기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대체 무엇이 그런 큰 차이를 만든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믿음의 차이’였습니다. 베드로는 자신이 여러가지로 부족하고 죄많은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 ‘사도’로 뽑아주셨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이 부족한 부분은 그분의 능력으로 채워주실 거라고 믿은 것이고, 유다는 자신처럼 부족하고 죄많은 사람은 ‘사도’로 살아갈 자격이 없다고, 아무리 자신이 예수님께 뽑힌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그런 사실은 변할 수 없다고 믿어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예수님께 부르심을 받은, 그분께서 직접 뽑으신 특별한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미 우리를 뽑아주셨기에, 우리가 부르심을 받기에 합당한 자격과 조건을 갖추었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따질 필요는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기에 우리를 뽑으셨고, 우리들 각자는 그분께서 맡겨주신 소명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면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못생기고 모난 돌이라도 다 쓸모가 있고 자기의 자리가 있습니다.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말도 그래서 생겨난 것이지요. 주님께 부르심을 받는다는 것은 커다란 은총이자 축복입니다. 그분께서 나를 어떻게 쓰시든지 성모님처럼 “이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응답하며 따른다면, 우리를 통해 주님의 놀라운 섭리가 드러날 것입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으로써 누리는 가장 큰 기쁨이자 행복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