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재의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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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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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3-05 | 조회수102 | 추천수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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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수요일] 마태 6,1-6.16-18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오늘은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입니다. 오늘 전례에서 우리는 머리에 재를 얹으면서 ‘흙에서 왔기에 흙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 삶의 유한함에 대해 묵상했지요. 그렇습니다. 유한한 존재인 우리는 하루 하루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즉 우리는 매일 조금씩 ‘재’가 되어가고 있으며, 아무리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어도,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올라 있어도 그 엄연한 ‘진실’은 변하지 않는 겁니다. 그러니 그 진실을 마음에 깊이 새긴 채,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재’가 되어가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남들 앞에 보이려고 하는 거짓된 선행, 즉 ‘위선’을 떨지 말 것을 강조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위선자’로 번역된 그리스어 단어는 원래 무대 위에 서서 관중들에게 박수를 받으려고 공연을 펼치는 배우를 지칭하는 단어이지요. 그러나 그런 ‘보여주기식’ 삶은 그의 진짜 삶이 아닙니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 아래로 내려오면 그때부터 비로소 그의 진짜 삶이 시작되는 겁니다. 그러니 남들 눈치를 보며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그러는 사이 정작 자기 자신을, 자신이 추구해야 할 본질을 잃어버리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위선은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사는 것이고, 그런 위선을 떨면서 재가 되면 내가 살아온 그 자리에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무엇을 하면서 재가 되어야 삶이 허무하게 끝나지 않고 삶의 참된 의미와 보람을 찾을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들은 그 답을 ‘꿈’에서 찾습니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를 정해놓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달려가는 겁니다. 그런데 이 꿈이라는게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패라는 생각에 슬퍼지고, 열심히 노력한 끝에 이루고 나면 목표를 상실해 버려 허무해지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꾸는 꿈에는 구체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만 있지 무엇을 위해 그 목표까지 달려가야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은 빠져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꿈을 쫓되 무엇을 위해 쫓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무엇을 위해”라는 질문에는 누군가가 나를 창조했으며 이렇게 창조한 뜻이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우리 삶의 참된 의미와 기쁨은 우리를 창조하신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것을 찾고 누리려면 먼저 하느님과 깊은 친교를 맺어야 합니다. 그 친교 안에서 무엇이 나를 위한 하느님의 뜻인지를 올바르게 식별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세 가지 종교 행위, 즉 자선과 기도와 단식이 바로 하느님과 사랑을 바탕으로 한 친교를 맺는 방법입니다. 나의 탐욕과 교만, 실수와 잘못으로 멀어져버린 그분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입니다. 자선과 기도와 단식은 각각 따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도는 하느님께 내 요구사항을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느님의 뜻을 알아 들으려고 하는 것이기에 단식이 수반될 때가 많습니다. 단식과 같은 재계를 철저히 실천함으로써 나도 모르게 감당할 수 없이 비대해진 욕망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향하게 됩니다. 그리고 단식을 실천하는 동안 절약되어 쌓인 몫을 힘 없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나눔으로써 그들 안에 계시는 하느님과 가까워지게 되지요. 내가 자선을 베풀면 물질적으로는 그 자선을 받은 이들이 도움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하느님과 가까워지는 큰 은총을 입게 되는 건 나 자신인 겁니다. 그 큰 은총이 내 삶을 충만한 기쁨과 보람으로 채워주지요. 그러니 이번 사순시기에는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기도와 단식, 자선을 실천해야겠습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큰 은총과 축복으로 우리에게 갚아주시도록.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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