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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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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3-07 조회수98 추천수3 반대(0) 신고

[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 마태 9,14-15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오늘 복음은 단식의 참된 의미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 의미에 대한 깊은 묵상 없이, 그저 남들 앞에서 자신의 종교적 의로움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만 단식을 실천했던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을 찾아가 ‘왜 당신의 제자들은 단식하지 않느냐’고 따지듯 묻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답하시지요.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이 말씀에서 우리가 실천해야 할 참된 단식이 어떤 의미인지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단식은 그저 음식을 입에 대지 않는 것에 목적이 있는게 아닌 것입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기쁨의 잔치를 열어주시는 주님을 빼앗겼을 때, 그분을 되찾아 다시 내 마음 안에 모시기 위해 단식을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우리는 주님을 누구에게, 혹은 무엇에게 빼앗길까요? 재물에 대한 탐욕에, 육체적 쾌락에 대한 욕망에, 나 자신을 주님보다 앞세우려는 교만에 우리는 주님을 자주 빼앗깁니다. 바로 그럴 때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탐욕, 욕망, 교만을 비워내고 그 자리에 다시 주님을 모시려고 하는 게 ‘단식’인 겁니다.

 

그 단식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 안에 무엇이 결핍되어 있는지, 내 마음이 무엇을 갈망하고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확인하고 올바르게 식별하여 제대로 채워넣는 일입니다. 즉 단식은 그저 비운다고 끝나는게 아니라, 올바른 것을 제대로 채워넣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지요. 지금 내 안에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참된 그 무엇, 나로 하여금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본질적인 그 무엇이 결핍되어 있으면 나는 마음에 헛헛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헛헛함은 결핍된 그것을 제대로 채우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내 몸에 수분과 비타민이 결핍되어 그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콜라나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킨다고 해서 그 증상은 사라지지 않지요. 단지 배만 부를 뿐입니다. 이상하게 배가 잔뜩 부른데도 마음이 계속 헛헛하고 삶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바로 그 때가 우리에게 단식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내 안에 있는 쓸 데 없는 것들을 온전히 비워냄으로써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꼭 있어야만 하는데 현재 결핍되어 있는 게 무엇인지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먼저 나를 비우는 것이지요.

 

우리 마음 속 헛헛함은 우리를 창조하신 하느님을 만나 그분의 사랑을 느낌으로써만, 그렇게 그분과 진정으로 일치됨으로써만 비로소 채워집니다. 하지만 우리를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려는 사악한 세력은 우리가 각자의 헛헛함을 온전히 마주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니가 지금 배가 고파서 그런거니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으라’고 말이지요. 그렇게 우리가 마음 속 헛헛함을 허기짐으로 착각하여 계속 먹게 만듦으로써, 먹는 행위 자체가 주는 원초적인 쾌락에 중독되게 만듦으로써, 우리를 하느님과 그분 사랑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겁니다. 참된 단식이 우리를 그 중독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철저한 배고픔과 무력감 속에서 하느님을 향한 갈망을 회복함으로써, 내가 평소에 당연한 듯 누렸던 모든 것들이 다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 덕분이었음을 깨닫고 그분께 대한 감사와 사랑이 깊어짐으로써, 그렇게 느낀 사랑을 이웃에게 구체적인 방식으로 실천하여 완성함으로써 비로소 우리는 마음 속 헛헛함을 충만한 기쁨과 행복으로 채우게 되는 것이지요. 이번 사순시기 동안 그런 단식을 한 번 제대로 실천해보면 좋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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