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이전글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더불어(together) 추종의 여정 “부르심 |1|  
다음글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3-08 조회수101 추천수3 반대(0) 신고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루카 5,27ㄴ-32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이스라엘의 율법은 ‘거룩한 것’과 ‘속된 것’을 철저히 구별하라고 가르칩니다. 거룩한 것이 속된 것과 접촉하면 그 부정함이 물들어 거룩함을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닮은 거룩한 존재가 되어야 구원받을 수 있는데, 거룩함을 잃어버리면 모든 희망이 물거품이 되어버리기에 내가 어렵게 지켜낸 거룩함이 속된 것에 물들지 않도록 철저히 구분하고 분리하는 일에 온 마음을 기울였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바리사이들이 바로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대표적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거룩한 것과 속된 것이 한 곳에 있으면 절대로 안된다고 사람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런 그들의 눈에 소소한 죄를 짓고 살아가는 평범한 백성도 아니고, 세리처럼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잘못을 저지른 죄인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며, 심지어 그들과 식사를 함께 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큰 잘못이었지요. 그래서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당신들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것이냐’며 따졌던 겁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생각은 그들과 달랐습니다. 물론 예수님도 거룩한 것과 속된 것을 구별하시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그 구별은 ‘분리’나 ‘단죄’를 위한 게 아니라 올바른 ‘진단’과 ‘구원’을 위한 것이었지요. 일반 사람은 타인의 부정함에 물들어 자신의 거룩함을 잃게 되지만, 하느님께 대한 철저한 순명으로 죄라는 걸 모르고 사시는 예수님, 마음 속에 사랑과 자비가 가득한 그분은 오히려 당신 몸에 죄인들의 죄를 묻히심으로써 그들의 죄를 깨끗하게 만드시는 겁니다. 마치 빨래 비누가 자신의 몸을 더럽히고 녹임으로써 더러워진 옷감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예수님이라는 빨래 비누는 세탁을 마친 뒤에도 더러워지지 않고 처음과 같은 깨끗함과 완전함을 그대로 유지한다는데에 있겠지요. 예수님은 그 놀라운 권능으로 죄인들이 회개하기도 전에 먼저 용서하시고, 보속을 행하기도 전에 먼저 은총과 자비를 베푸시어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이끄십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세리들만 그런 은총을 받은 게 아닙니다. 하루 하루를 허물과 잘못으로 누비며 살아가는 우리들 역시 그분께 충만한 은총과 자비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우리는 완벽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죄인이기 때문에 주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저지른 실수와 잘못을 죄의 관점에서 심판하고 단죄하시려고 오신 게 아니라, 우리가 각자의 부족함 때문에, 또한 영혼과 마음에 든 여러 병증 때문에 그런 일들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음에 마음 아파 하시며, 우리의 그런 병증을 치유하시고 회복시키시어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변해가도록 이끄시려고 오셨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주님으로부터 그런 큰 은총과 자비를 입은 우리에게는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웃 형제 자매에게 용서와 자비를 실천해야 할 소명이 주어집니다. 레위가 자신을 구원으로 불러주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자기가 가진 것으로 잔치를 베풂으로써 자기와 같은 처지에 있던 수많은 죄인들을 주님께로, 구원으로 인도했던 것처럼, 우리도 주님께 받은 은총과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내가 가진 재물과 능력과 시간을 주님 뜻에 맞게 잘 사용함으로써 아직 주님을 잘 모르는 이들, 그래서 죄의 어둠 속에 갇혀 불행하게 사는 이들을 그분께로 인도해야 하는 겁니다. 그것이 이번 사순시기 동안 우리가 열심히 수행해야 할 중요한 소명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