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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영적 전쟁 “영적 승리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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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선우경 쪽지 캡슐 작성일2025-03-09 조회수61 추천수4 반대(0) 신고

2025.3.9.사순 제1주일                                                             

 

신명26,4-10 로마10,8-13 루카4,1-13

 

 

영적 전쟁

“영적 승리의 삶”

 

 

오늘은 사순 제1주일, 루카복음은 광야에서 악마에게 40일 동안 유혹을 받으신 예수님에 관한 내용을 다룹니다. 시나이산에서 십계명을 선포하기전 하느님과 함께 40일을 지내면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던 모세를, 이제벨의 보복을 피해 하느님의 산 호렙을 향해 40일 동안 도주하던 엘리야를 연상케 하는 예수님입니다. 이 두분은 예수님의 변모사건시 함께 대화를 나눴던 분들이기도 합니다. 

 

모세와 엘리야! 영적전쟁에 승리했던 하느님의 전사들입니다. 오늘 예수님 역시 하느님의 전사로서 광야에서 유혹하는 악마와의 치열한 싸움에서 영적승리의 삶을 보여줍니다. 오늘 복음에 앞서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의 족보를 역순으로 소개하며, 마지막 대목은 ‘케난은 에노스의 아들, 에노스는 셋의 아들, 셋은 아담의 아들, 아담은 하느님의 아들이다’(루카3,38)로 끝납니다.

 

아담이 누굽니까? 창세기 3장에서 보다시피 악마의 유혹에 빠졌던 하와의 남편으로 하와와 함께 영적전쟁에서 악마에게 패했던 사람입니다. 이제 새 아담인 예수님이 광야에서 악마와의 영적전쟁을 치르게 된 것입니다. 아담이후 예수님이 출현하기 까지 기다린 하느님의 인내가 놀랍습니다. 오늘 광야에서 악마와의 대결은 예수님은 물론 우리의 전삶을 요약하며 영적승리의 비결을 가르쳐 줍니다. 

 

살아있는 누구도 인생광야여정중 악마와의 유혹을 피할 수 없으며 살아있는 그날까지, 죽는 그날까지 악마와의 영적전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제대가 없는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전사라 칭하곤 합니다. 예전 수도승들 역시 악마와의 싸움을 위해, 또 주님을 만나러 광야에 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굳이 광야에 갈 필요가 없으니 바로 세상 한복판의 오늘 지금 여기 내 삶의 자리가 악마와의 싸움이 펼쳐지는 광야의 전장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자주 강조하던 말마디가 생각납니다. ‘광야 인생 여정중 성인이 되느냐, 괴물이 되느냐, 폐인이 되느냐 셋 중 하나’라고 말입니다. 오늘날 주변에서 실감나게 체험하는 진실이기도 합니다. 이성을 잃고 미쳐가는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광신도狂信徒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가 작금의 현실입니다. 독일의 문호이자 시성이라 칭하는 괴테는 생애 말년의 대화에서 말합니다.

 

“시대가 쇠퇴할 때의 모든 경향은 주관적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모든 일이 새로운 시대를 위해 성숙해 갈 때는 모든 경향이 객관적이다.”

 

바로 오늘날 모든 경향이 주관적으로 흐르는 혼란한 시대를 접할 때 공감하는 사실입니다. 이성과 상식, 공정과 정의, 진리와 평화가 날로 쇠퇴해가는, 내전 상태를 방불케 하는 두렵고 불안하고 혼란한 세상입니다. 바로 이런 광야의 현실에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영적승리의 삶을 위한 참 귀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오늘 옛 현자의 지혜도 영적전쟁중인 주님의 전사들인 우리에게 좋은 참고가 됩니다.

 

“모두가 각자의 전장에서 힘들게 싸우고 있으니 비록 타인에게서 지옥을 마주할 지라도 그에게 친절을 베풀라.”<다산>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관대하면 원망받는 일이 없다.”<논어>

 

정말 영적 신사다운, 주님의 전사다운 넉넉하고 품위있는 모습입니다. 어떻게 하면 광야 인생 여정중 영적 전쟁에서 영적승리의 삶을 살 수 있겠는지 셋을 소개합니다.

 

첫째, 혼자가 아닌 함께 악마와의 전투입니다.

바로 성령과 함께 악마와의 영적전쟁입니다. 또 오늘 광야에서 영적승리를 거두신 파스카의 예수님께서 친히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 각자에게는 늘 함께하는 수호천사와 수호성인이 있고 교회공동체 안에는 무수한 영적 전우들이 있고 날로 두터워지는 영적 전우애戰友愛가 있습니다. 

 

그러니 교회 공동체 안에 몸담고 있는 동안 절대로 두려워하거나 불안해 할 것은 없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광야에서의 악마와의 치열한 전투에 성령께서 시종일관 함께 했음을 봅니다. 복음 초반부 묘사가 이를 입증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령으로 가득 차 요르단 강에서 돌아오셨다. 그리고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 사십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유혹을 받으셨지만 유혹에 빠지지는 않으셨습니다. 우리의 평생 영적전쟁중 역시 악마의 유혹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래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악에서 구해달라는 주님의 기도가 절실할 수 뿐이 없습니다.

 

둘째, 주님 안에 자주 머물러 기도하고 고백해야 합니다.

기도가 답입니다. 성령에 이어 악마와의 싸움에 참 좋은 무기가 끊임없이 한결같이 바치는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입니다. 성령과 함께 하셨던 주님도 늘 기도하셨습니다. 복음서에 자주 등장하는 예수님의 외딴곳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광야여정중 우리 역시 주님 안에 고요히 머물러 휴식과 충전을 위한 외딴곳의 기도처는 필수입니다. 토마스 머튼은 이런 고독은 현대인들에게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라 갈파했습니다.

 

주님 안에 머물러 기도와 함께 고백입니다. 성서의 언어는 사실 언어이기보다는 거의 대부분 고백 언어입니다. 믿음의 고백, 희망의 고백, 사랑의 고백, 찬미의 고백, 감사의 고백등 끝이 없습니다. 끊임없는 고백과 기도와 더불어 주님과의 관계도 날로 깊어져 내적힘도 샘솟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제1독서 신명기의 다음 고백을 통해 40년 광야 체험을 기억하여 내면화하고 현재화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실히 견고히 지켰습니다.

 

“저희 조상은 떠돌아 다니는 아람인이었습니다...주님께서는 강한 손과 뻗은 팔로, 큰 공포와 표징과 기적으로 저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셨습니다...그리고 저희를 이곳으로 데리고 오시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셨습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기쁨과 감사, 믿음과 구원의 고백의 대가이자 달인입니다. 

“마음으로 믿어 의로움을 얻고, 입으로 고백하여 구원을 얻습니다...유다인과 그리스인 사이에 차별이 없습니다. 같은 주님께서 모든 사람의 주님으로서, 당신을 받들어 부르는 모든이에게 풍성한 은혜를 베푸십니다. 과연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이는 모두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셋째, 평생 날마다 말씀공부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말씀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입니다. 악마와의 평생 영적전투에 성령과 기도에 이어 말씀이 참 좋은 무기가 됩니다. 말씀에 정통할 때 악마와 대화도 하지 않고 단박 그 간계를 간파하여 말씀으로 무찔러 버립니다. 말씀으로 무장되지 않고 악마와 대화하다 보면 악마의 유혹에 빠지기 십중팔구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 악마를 말씀으로 물리치는 장면이 참으로 통쾌합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라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본능적 욕구인 식욕에의 승리입니다.

 

“내가 저 나라들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당신에게 주겠소. 당신이 내 앞에 경배하면 모두 당신 차지가 될 것이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권력욕, 명예욕에 대한 승리입니다.

 

마지막 악마의 세 번째 유혹이, 시험이 참 간교합니다. 성서를 예로 들어 유혹합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여기에서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성경에 ‘천사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주리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소?”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하신 말씀이 성경에 있다.”-

헛된 욕망, 허욕虛慾에의 승리입니다.

 

매 순간마다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도 참 조마조마했을 것입니다. 유혹하는 악마와의 영적전투에서 말씀에 의한 예수님의 통쾌한 3:0의 영적승리입니다. 참으로 아담의 실패를, 사십년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실패를, 영적패배를 일거에 만회한 예수님의 쾌거에 하느님께서도 참으로 흡족해 하시며 기뻐하셨을 것입니다.

 

악마는 모든 유혹을 끝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그분에게서 물러갑니다. 예수님은 물론 우리와 악마와의 영적 전투는 인류가 존속하는 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악마의 유혹을 없게 해달라고 기도할 것이 아니라, 악마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악마의 유혹이, 시험이 없으면 영적성장도 없습니다. 그러니 악마의 유혹을, 악마와의 영적전투를 영적성장, 영적승리의 계기로 삼는 것입니다.

 

날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또 성령과 기도, 말씀의 무기로, 우리 모두 불퇴전不退轉의 주님의 전사가 되어 백전백승百戰百勝의 영적승리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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